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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했던 나의 25년을 보내고 [에세이 09]

by 연서글서


25년도의 나는 비어있었다. 지난해의 시간을 복기해 보면 무엇을 했는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1년의 시간을 공허하게 허송세월 보내었다. 서른넷의 나는 빈 공간 속에서 갈 길 잃어 표류해 있는 한 척의 돛단배와 같았다. 좋아하던 취미 생활까지 손을 놓았었다. 오로지 아픈 몸과 무기력한 정신만이 나를 채웠다. 회사와 병원을 다니며 온종일 누워만 있었던 기억이 즐비하다.


스물아홉을 지나 서른이 되었을 때에는 뭘 하든 지간에 인생 터닝포인트로 맞을 35세를 준비하고자 다짐했었다. 그런 터닝 포인트를 코 앞에 둔 서른넷에 나는 무얼 준비했는가. 더 큰 자괴감과 몸까지 아프니 그 당시의 나는 약간의 '인생 포기 상태'였던 것 같다. 될 대로 되라지, 모르겠다. 가슴속 품고 살던 사직서를 찢으며 회사가 망하거나 쫓겨나지 않을 때까지 여기서 버티면서 내 한 몸 먹고 살 정도로 벌고 사는 것으로 만족하자 하곤 자포자기 상태였다. 더 이상의 나아짐을 기대하지 않았다.


"강한 육체에 강한 정신이 깃든다." 정신까지 무너질 정도로 아프자 비로소 이 말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주변 이십 대 어린 친구들에게 늘 말하고 다닌다. "서른 되면 정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지금 너희 나이 이십 대 때 운동을 해둬서 근력과 체력을 길러둬야 돼. 그 근력과 체력이 삼십 대를 살게 해." 심리학에서도 말한다. 정신이 힘들 땐 먼저 든든하게 밥부터 먹으라고. 속부터 든든하게 채워줘야 정신이 깨어난다. 나는 알고 있었으나 몸소 겪어 보지 않았음에 무지했었다. 그렇게 나의 2025년은 아프게 보내었다.


25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며 신정 연휴 전이라 회사에서 조기 퇴근이 이루어졌다. 난 이 당시 어지럼증이 너무 심해 몇 달째 가만히 있어도 멀미를 할 정도였다.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약으로는 편두통이 와서 일찍 퇴근하는 겸, 어지럼증으로 유명한 타 병원으로 가보았다. 대기 인원이 굉장히 많았다.


한 시간여 걸쳐 대기를 끝내고 진단을 받았고 검사를 해보자 했다. 검사 시간도 대기 시간과 비례했다. 큰 이상은 없지만, 약간의 이석증 소견이 보인다며 일주일 분 약을 처방해 줬다. 검사비만 많이 들고 이전 이비인후과와 다를 바 없는 처방이었다. 일단 처방받았던 약을 다 먹었지만 크게 나아진 건 없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며 심리 검사를 해보았다. 불안 점수가 꽤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항불안제'를 처방받았다.


'항불안제'를 처방받고 먹기 시작하자 뿌옇고 멍하던 머리가 개안이 되는 듯했다. 늘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지자 나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올 26년 1월 달엔 밀렸던 취미생활도 다시 시작하였다. 무엇이든 문제없이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정신이 깨어났다.


가벼워진 머리를 채우고 싶어졌다. 그렇게 덮어뒀던 책을 폈다. 펼친 책은 작년 생일선물로 받았던 브런치 최고 인기 작가이신 류귀복 작가님의 저서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였다. 23년도부터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하고 싶다는 소망이 다시 머리를 들어냈다. 밀린 독서를 끝내고 블로그에 모아둔 글들을 정리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도 접속해 보았다. 예전에 써뒀으나 잊고 있었던 글을 발견했다. 꽤 잘 썼었는데 왜 썩혀뒀을까...(조금 수정하여 시즌2의 프롤로그로 사용했다.)


26년 2월 3일, 시즌1 프롤로그 글을 새로 쓰고 블로그에 올려뒀던 글들을 다시 재편집 구성해 3편의 글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작가 소개글을 뽑아내고 활동 계획을 짜깁기해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시 깨어난 정신은 그렇게 희망찬 도전으로 나를 채워가고 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드디어! 브런치 작가 고시 합격! 나의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하는 순간이, 즉 정말로 35세에 나는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인생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해 본다면 100세 시대의 지금 나이는 오전 8시 24분, 이제 막 출근 중인 시간이다. 나는 올해에는 나의 글을 완성시켜 제2의 직장으로 출근을(글로소득을!) 꿈꾼다.


작년의 내가 비움으로 오히려 역설적이게 올해의 나를 채워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서른넷의 해를 모아 서른다섯의 나는 나의 이야기 속 '빈 공간'을 채워 나간다. 난 지금도 브런치를 켜고 이 글을 쓴다. 나는 나의 '인생의 제목'을 입력한다.




참여하지 못했던 글쓰기 모임 속 글감 주제 「빈 공간」을 나의 이야기로 채워 보았다. 이 이야기는 갓 나온 따끈따끈한 지금 현재의 나의 브런치 입성 에세이이다. 작년에는 정말 무기력함이 이렇게나 나를 짓누를 수 있구나를 몸소 체감하였고 다시는 작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에 글로 나를 뱉어내고 나를 다시 채워 본다.


최근 읽고 있는 《거인의 공부》라는 실용서에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다. "모호했던 생각이 단단한 문장으로 고정되면서 우리 뇌가 그것을 딛고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것"(p.222)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나 또한 이 감정을 느꼈기에 공감의 밑줄을 그어두었다.


지금 그대들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다면, 한 번 글쓰기를 해보기 추천한다. 이상 나는 글쓰기를 마치고 읽다 만 《거인의 공부》를 완독까지 마저 읽어보도록 해야겠다. 읽기 쉬운 책이라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