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날들에 대해서 [에세이 12]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절대 잊으면 안 되는 마음 깊숙이 새겨놓고 기억해야만 하는 날들이 있다. 그중 달력에 표시된 날들은 다음과 같다. 3·1절, 6.6 현충일, 6·25 전쟁, 7.17 제헌절, 8.15 광복절. 1910년부터 1945년, 무려 35년간 우리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강제로 점령한 식민지 국가였었고,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해방을 맞이하였으나 직후 미국과 소련으로 인해 분단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핏물이 다 마르기 전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한민족끼리 총을 겨루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평화는 과거 우리 선대들의 피와 눈물과 함성, 그리고 비명 위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삼일절은 일요일이라 월요일이 대체휴무일로 지정되었다. 지난주에는 삼일절 연휴로 3일 쉰다며 그저 즐거워만 했었다. 이번 주도 화요일부터 출근하면 4일만 일하게 되니 짧은 출근에 들떴었다. 계속 쌓아만 두고 있던 만화책들을 보며 휴일을 즐길 계획을 짰다. 3월 2일 월요일인 이번 차례에 올려야 할 에세이 주제를 잡는데 나는 우리가 이렇게 마음껏 휴일을 즐길 수 있게 된 그날들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 철없이 그저 희희낙락하기만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부채감에 짓눌려 마냥 삼일절 휴일을 즐거워만 할 수 없게 되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아는 동생이 "언니 저는 매국노예요. 삼일절에 일본에 놀러 가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일본 작가들의 만화책을 한국 작가들 것보다 더 많이 구매해 즐긴다. 그리고 삼일절 연휴 기간 동안 읽을 계획에 신이 났었다. 우리는 일본을 마음껏 즐기면 안 되는 것일까. 계속 반일 감정으로 멀리하여야만 했어야 했나. 얼마 전에는 일본에서 입국 거절을 당하는 독도 홍보대사 가수 김창열 씨의 기사도 접했다.
예전에 친구가 해준 말이 있었다. "지나가다 본 건데 위안부 할머니께서 마음껏 즐기래. 그러기 위해서 자신들이 피를 흘려왔다고" 나는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가슴이 벅찼었다. 그리고 그 말을 찾아보았다. 姑 김복동 할머니의 메시지였다. "우리는 힘들게 살았지만, 너희는 웃으며 당당하게 살아라."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 것은 너희에게 이런 아픈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다. 너희는 그저 마음껏 공부하고, 마음껏 세상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면 된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짓밟히지 않는 강하고 자유로운 나라의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삶을 영위하라는 말씀이셨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명대사가 떠올랐다. 일제강점기 시대 속 비극을 맞이하여 죽은 유령 유진오는 조선총독부 건물이 무너지는 영상을 보고 흥분했다. 몹시 가보고 싶어 하는 진오를 위해 세주는 전설을 데리고 함께 조선총독부가 사라진 광화문 거리에 갔다. 그 시대의 청년이었던 유진오는 말한다. "바칠 게 청춘밖에 없어서 수많은 젊음이 별처럼 사라졌는데 해냈네요 우리가. 살고 싶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그리고 한세주는 답한다. "고생했어. 당신들이 바친 청춘 덕분에 우리가 이러고 살아. 그때 바쳐진 청춘들에게 전해 줘. 고생했다고. 이만큼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본질은 역사를 바로 알고 주체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다. 선대들의 희생으로 지켜낸 결과의 가치를 알고, 일본 문화를 즐기되,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 바탕이 되는 역사적 맥락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즐기고 소비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바쳐진 청춘들의 위에 우리의 평화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않고 감사해야 한다.
나는 그날의 함성과 비극을 견뎌 이겨온 선대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잊지 않고 우리의 쓰린 역사 한 조각씩 모으기로 했다. 그렇게 모은 조각들로 나도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와 같은 그날의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로 다짐해 본다. 많은 이들이 잊지 않고 이 무거운 부채감을 가지되 짓눌리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체적으로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본다.
오늘의 에세이를 쓰기에 참여하지 않은 모임의 글감을 찾아보았다. 발견한 글감 주제 「64」는 보자마자 이육사 시인이 떠오른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에 대해 쓰기에는 나의 역량이 매우 낮아 쓸 수가 없었다. 그분들에 대해서는 더 많이 알아보고 더 많이 생각하여 경건하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이번 글은 그 다짐을 적은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기체를 고체로 만드는 물성의 변환' 이 글 이전에 올렸던 책 《거인의 공부》에 저자 김익한 교수의 글쓰기에 대한 본질을 꿰뚫는 말이다. 떠도는 기체와 같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사고하여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날들에 대해서 써보면 감정이 벅차 눈물을 흘려보는 좋은 글쓰기 경험이 될 것이고 조금 더 당당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글쓰기를 그대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