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X 히라노 게이치로 《근접한 세계》
북다 출판사에서 진행한 <크로스> 시리즈는 서로 다른 문화 공간에 있는 두 작가의 문학적 대화를 통해 어떻게 우리가 하나의 세계를 살아가는가 연결된 시선으로 알아보는 기획 시리즈이다. 그 첫 번째는 김연수 X 히라노 게이치로 《근접한 세계》이다. 두 거장에게 주어진 시선은 「윤리적 딜레마」로 한국과 일본 두 작가의 시선이 교차한다. 김연수 『우리들의 실패』, 히라노 게이치로 『결정적 순간』 두 편을 만나 볼 수 있다.
먼저 김연수 작가의 『우리들의 실패』는 비상계엄 사태, 국정농단의 내부 고발자 손동하를 인터뷰하는 화자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어렵게 얻은 손동하와의 인터뷰 기회로 일본으로 건너간 화자의 심정과 손동하가 들려준 이야기를 소설과 인터뷰를 교차하는 진행에 이 이야기에 더 깊은 몰입감을 주며, 짚으로 만든 개에 불과한 손동하의 윤리적 딜레마를 엿볼 수 있다.
❝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는 뜻이죠. 그 말대로 세상은 나의 후회와 희망 같은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변해가기만 했습니다. … 세상 모든 것은 짚으로 만든 개일뿐입니다. 잠시 존재하다가 그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지요. 문자와 전화로 은연중 제게 자살을 종용하던 자들에게는 저 역시 짚으로 만든 개일뿐이었겠죠. (p.49~50)
도덕경에 나온 구절에 비유해 손동하는 지금 자신의 처지와 아서왕 전설 속 멀린의 빗대며 미래를 알아도 결국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화자에게 건넨다. 미래의 운명이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 멀린이 본 것은 아름다운 니뮤에뿐만이 아니었어. 니뮤에가 왜 자신에게 다가오는지, 속셈이 뭔지 그리고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까지도 다 보게 돼. 멀린은 이 이야기를 수없이 반복해서 읽은 사람과 같으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멀린은 니뮤에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거야. (p.66)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선택이 결국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음이라도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우리가 연결돼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것임을, 운명에 순응하며 그 목소리를 따라감을 다지며 『우리들의 실패』는 끝이 난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은 어떠한 큰 대의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서 몹시 개인적인 선택을 하게 되며, 그 선택은 우리를 어떠한 미래로 이끌어 가되 지나온 과거와 현재를 내포하여 연결됐음을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다음 이야기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결정적 순간』은 존경하는 사진작가의 사후 전시회를 맡게 된 큐레이터가 아틀리에에서 있어서는 안 될, 그러나 보고야 말은 생전 그의 소지품을 확인한 후 전시회 개최와 취소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를 겪는 이야기이다. 그 상자만 열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일이 자신으로 인해 결국 무기한 연기(사실상 취소)로 이어지게 된 것에 여기까지 자신을 이끌어 준 존경하는 분의 사후와 미래의 자신의 안위를 저울질하게 되며 이미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를 앞에 둔 화자의 상황과 심경에 몰입하게 된다.
❝ 나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보이지 않던 것을 보려는 건가, 이미 보이던 것에 집착하려는 건가. (p.110)
❝ 하지만 그 세계에서 피해자가 있다는 걸 모른 채 전시회 성공을 기뻐하는 나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나도,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아니다. (p.168)
사용되지 못한 전시 개요를 끝으로 이 소설은 막을 내린다. 화자는 여러 인물들과 챗GPT까지 활용하며 이 윤리적 딜레마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많은 고뇌를 하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 개개인들의 윤리적 딜레마에서도 화자와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타당성을 찾게 될 것이고 다른 사례들을 대입해 어느 정도의 편들음을 가질 수 있는가 다른 사건에 비해서 이는 얼마나 얕거나 큰가 하나하나 열거해 따지며 자유의지 사이에서 흔들리게 된다.
두 작가의 작품에서 나의 윤리적 딜레마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 주제로 나만의 글쓰기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나의 『다시 문학, 다시 글쓰기』는 시즌3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때 첫 초단편소설을 「윤리적 딜레마」를 글감 주제 삼아 글을 써보려고 한다. 두 작가의 사이에 낀 세 번째 작가, 나를 집어넣어본다.
김연수 X 히라노 게이치로 《근접한 세계》는 두 작가의 몰입도 높은 두 개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작가들의 크로스 인터뷰로 더 깊게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북다 출판사의 시리즈 <크로스> 첫 번째 소설집이다. 두 번째 소설집은 천명관 X 천쓰홍 작가님들의 이야기로 예정되어 있다. 글쓰기 모임에서 글감 주제를 정해 초단편 소설을 쓰고 있는 나에게는 프로작가들의 같은 주제에서의 다른 시선으로 쓴 이야기를 자아낸 <크로스> 시리즈가 많은 도움이 되기에 다음 시리즈 이야기도 몹시 기대된다. 나처럼 주제를 찾아 글을 쓴다면 이 소설집 시리즈를 추천한다. 함께 읽고 함께 시선을 교차해 연결된 글쓰기를 해보면 더욱 성장한 소설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상 『집책광공 사유독서』 세 번째 책, 김연수 X 히라노 게이치로 《근접한 세계》에 대한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읽고 써볼 책은 '5천 년 역사가 단숨에 이해되는' 최태성 강사의 《최소한의 한국사》로 찾아뵐게요. 그럼 다음 주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구독과 라이킷, 팔로우 댓글도~ 좋아요♡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