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성 《최소한의 한국사》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을 때, 3·1절 기념 글쓰기를 하였을 때 나는 무지하던 우리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책무를 느꼈다. 어렵게 느껴지는 역사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명 역사 강사 최태성 저서의 책을 떠올렸다. 몇 년 전 독서 모임을 통해 알게 되어 읽어 보았던 《역사의 쓸모》가 생각났기 때문이었고 작년에 발간된 《최소한의 삼국지》를 구매하며 발견해 함께 받은 《최소한의 한국사》를 아직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올해 첫 역사 공부로 최태성의 《최소한의 한국사》를 통해 5,000년의 역사를 알아보았다.
고조선부터 삼국시대, 가야, 발해와 통일신라의 남북국시대, 고려, 조선, 그리고 개항기를 지나 대한민국까지 전근대사를 책 1권으로 들여다보았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사실, 몰랐던 사실, 저자의 관점을 통해 본 역사는 왜 우리의 역사에 대해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을 발견하였다. 나는 공교육을 통해 우리가 반만년 역사를 가진 한민족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만 유교 사상이 깃든 관념적 사고로는 비교적 가까운 조선시대만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기원전부터 고대도 그렇고 한민족은 역시 한민족이구나"를 느꼈다. 난이 일어났을 때마다 끝까지 싸웠던 민족성과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는 종족 습성 같은 것에서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적 인물에서 궁금했던 사람은 언제나 세종대왕님과 이순신 장군님 밖에 없었었는데 7년 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왕건의 넷째 아들 고려 제4대 왕 광종, 거란과의 훌륭한 외교가 무엇인지 아주 잘 보여주었던 고려의 외교 전략가 서희, 실리를 추구하였던 왕 광해군,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졌다.
호족들에 의해 죽어 나갈 정도로 약했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관정요』를 끼고 살며 7년간 호족들을 어떻게 요리할지 칼을 갈았던 광종은 노비안검법을 시행하여 호족들의 군사력을 떨구었고 과거제를 시행해 신진 관료를 등용하였다. 이때 광종은 끼고 살았던 책으로 제왕학을 배울 수 있었다. 거란과 담판 외교를 한 서희와 답을 주지 않으면서 자기 몸값을 최대한 올린 고려의 외교 정책은 가히 '아트 외교'의 경지라 볼 수 있었고, 시대의 문화와 관념을 이기지 못했던 광해군을 보며 지금의 시선으로는 신의 한 수일지 모르나 그 당시 시점으론 악수였음을 보았고 대의를 위해서는 다시 한번 '운칠기삼(運七技三)'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활약했던 인물들에는 많은 일반 백성들도 있었다. 숙종 때 안용복이라는 어부는 일본 어선이 자꾸 우리 해협에 들어와 조업을 하자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이라고 주장을 하며 스스로 일본에 건너가 조선 관리를 사칭하여 일본 정부에게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의 땅'이라는 확답받고 오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자신의 전재산을 나라를 위해 바친 연해주의 최재형, 북간도의 김약연, 서간도의 이희영 집안의 여섯 형제가 있다. 최재형은 배곯고 가난만을 받아왔던 모국을 위해 축적했던 재산과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안중근 의사를 후원한 것이 바로 그였다. 김약연은 다양한 독립 인재 양성을 하였던 명동학교를 운영하여 나운규의 『아리랑』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윤동주, 등 많은 이들을 배출하였다. 서간도에는 이희영 집안이 있었다. 그들은 그 많던 땅과 재산을 털어 가난한 이들을 도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었다.
❝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수많은 사람은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로 자신의 청춘과 재산, 그리고 목숨을 바쳤어요. 이것이 개화기의 역사입니다. (p.286)
❝ 1919년 3월 1일 토요일, 민족 대표들은 서울의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자수했습니다. 그사이 탑골공원에 모인 학생들과 시민들이 독립선언서를 받아 낭독하면서 3·1 운동이 시작되었지요. 말 그대로 온 겨레의 민족 항쟁이었어요. 그때 인구가 2000만 명이었는데 200만 명이 모였으니까 한 집에서 한 명 꼴로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296)
3·1 운동은 그저 단순한 저항의 의미가 아니었다. 3·1 운동의 의미는 '민국民國의 시대'를 불러왔다는 것이고 그 계기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들어섰다는 점에 있다. 우리는 이런 역사 위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까지 이어져온 찬란한 민족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
❝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많은 사람에게 올바른 상상력을 심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상상력이 부족하면 자꾸 실수를 하게 되거든요. 내가 이런 선택을 해도 될까? 이런 행동을 하는 게 맞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역사입니다. 그래서 정의가 필요합니다. 일제에 빌붙은 사람은 결국 패가망신한다는 결과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p.325~326)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지켜내 온 반만년을 역사를 이어온 우리나라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알고 배워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배움이 없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면 언젠가는 이 명맥을 끊기게 만드는 세대의 주인공이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다.
최태성 《최소한의 한국사》 발췌; 저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문장들!
❝ 역사에서 구체적인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이런 드라마 같은 순간을 기억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렵고 힘든 순간을 이겨낸 경험 같은 것들 말입니다. … 강한 상대와 맞서더라도 주눅 들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역사를 배우는 이유일 것입니다. (p.40)
❝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한 속내는 따로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일을 정당화하기 위함이었지요. … 기술력의 발달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철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철을 다루는 사람들을 다스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예요. 가야에는 일본인들이 많았습니다. … 일본인들은 가야에서 철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고, 가야의 풍부한 철, 덩이쇠를 가져가기 위해 왔던 겁니다. 가야는 당시 화폐처럼 이용됐던 덩이쇠를 낙랑과 왜에 수출했어요. … 일본인들이 가야에 온 주목적은 기술 공부와 무역이었던 거지요. (p.81)
❝ 앞서가는 사람은 항상 자만을 경계할 것, 그리고 뒤에 가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갈 것. (p.112)
❝ 생각해 보면 항상 비주류에 의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 같아요. 이후에 다룰 조선 건국 때도 마찬가지였죠. 고려 말 비주류였던 신진사대부들이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세운 나라가 조신이니 말입니다. (p.122)
❝ 서희는 역사가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역사에 기록될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선택을 내리려 하지 않았습니까. 역사에 기록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지요. (p.133)
❝ 실패한 이들의 주장, 그 지향점이 역사의 발전과 부합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 새로운 시대를 한층 끌어당기는 동력으로 작용 … 실패했다고 좌절하거나 실패할 것 같다고 시작조차 망설이지는 말아야겠지요. (p.142~143)
❝ 역사는 항상 기존과 다른 세력이 등장하면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 갖춰야 할 덕목이 두 가지 있어요. 첫 번째는 힘이고, 두 번째는 비전입니다. (p.147)
❝ 나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을 점검 … '나의 시선은 과연 미래를 향하고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로 평가받는 훈민정음이 태어나기 위해 이러한 산고를 겪은 것도 그 당시 양반들이 지닌 시선의 문제였겠지요. (p.194~195)
최태성 《최소한의 한국사》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배울 수 있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의 사건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말한다. 작게는 개인의, 인문학적인 견해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부족하지 않은 상상력의 밑받침이 되어줄 과거의 흔적들에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쉽게 재미있는 경로를 원한다면 《최소한의 한국사》와 함께 해보심을 쉽고 술술 읽히는 한국의 역사서로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이상 『집책광공 사유독서』 네 번째 책, 최태성 《최소한의 한국사》에 대한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이어서 '세상 모든 일은 삼국지로 통한다' 최태성의 삼국지 고전 특강 《최소한의 삼국지》로 다음 주 일요일을 읽고 써 찾아뵐게요. 그럼 20000! 구독과 라이킷, 팔로우 댓글도~ 감사해요♡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