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기다림과 절제의 태도, 삼국지

최태성 《최소한의 삼국지》

by 연서글서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주 읽고 쓸 책은 역사 강사 최태성의 《최소한의 삼국지》이다. 살면서 한 번은 읽어야 한다는 삼국지를 쉽고 최소한으로 핵심만 집어 풀어주는 단 한 권의 책을 만나 드디어 인생 최초의 삼국지를 읽어 보게 되었다. 삼국지는 정사로 쓰인 《삼국지》와 나관중이라는 명나라 시대의 소설가가 쓴 《삼국지연의》가 있다. 《최소한의 삼국지》는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를 토대로 쓰인 점을 먼저 집고 가겠다.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아도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주요 인물들 이름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인 게 등장인물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사전 지식이 삼국지를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도원결의(桃園結義), 삼고초려(三顧草廬), 수어지교(水魚之交), 계륵(鷄肋), 백미(白眉), 그 외 많은 관용구들까지 삼국지와 연관 지어 알고 있었던 것도 있고 여기서 나온 내용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삼국지가 전략·전술, 외교술, 처세술에 능통하기만 한 (개인적으로 취향에 맞지 않은) 재미없는 책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사람이 누구를 어떠한 상황에서 만나는 가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지는 가의 인문학적인 관점으로써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 의리가 있다는 말이 정의롭다는 말과 같은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의리 때문에 정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p.85)


도원결의(桃園結義)만을 알고 있었을 때에는 남자의 의리의 멋짐 정도로 생각하고 막연하게 좋은 것으로만 내 안에 자리를 잡았었는데 자꾸 유비 앞의 걸림돌이 되었던 점을 보고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되었다. 유비는 왜 자꾸만 우는지, 왜 자꾸 관우와 장비가 유비의 걸림돌이 되어가는 것인지, 내가 제갈량이었다면 이들의 곁에 계속 충심을 다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의리만 좋은 의형제들이었다.


내게 매력적인 인물들은 제갈량과 사마의, 조자룡, 손권과 육손 정도였다. 적벽대전에서의 주유와 제갈량 사이에서 오고 가는 책략은 쫄깃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주유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주유의 책략은 제갈량에 비해서는 유치해 보이기까지 했던 것 같다. 가히 제갈량은 정말 예술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유는 제갈량을 라이벌로 삼았던 것 같지만 제갈량과 사마의에 비하면 주유는 중2병 정도로 생각 들었다. 그럼에도 적벽대전 부분은 정말 재미가 있었기에 다른 창작물을 한 번 찾아볼까 한다.


❝ 적벽대전 … 치열한 두뇌 싸움 속에 숨겨진 질투, 의심, 자만, 열등감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 (p.208)


나는 《최소한의 삼국지》를 다 읽고 결국 승자는 사마의였다고 생각한다. 때를 기다렸다가 잡아먹은 것은 조조가 경계했던 조조의 야망 있는 책사, 사마의였다. 승리자 사마의는 조조를 백으로 두었지만, 제갈량은 울보 유비로 사마의 보다 많이 떨어지는 조건에서 라이벌 관계로 이어온 것에 더욱 제갈량이 참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유비가 조조 반만큼이라도 대의를 위해서 감정을 절제를 해왔더라면 제갈량이 더욱 활개 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줬을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어 몹시 유비를 가진 제갈량이 아쉬웠다.


그러나 조조는 정말 사이코 패스형 리더가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어느 리더를 고르겠냐고 한다면 나는 손권을 택할 것 같다. 도망치던 조조가 자신을 숨겨준 여백사 가족을 몰살시키고 여백사까지 뒤에서 죽여버린 점, 군대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아무 죄도 없는 군량관의 베고 제물로 만든 점, 등 조조의 행태에는 언제 나도 조조의 칼 끝에 설지 모를 두려움이 있을 것 같기에 조조는 나랑 맞지 않는 리더형이라고 판단했다. 울보 유비는 모르겠고, 손권은 그래도 나름 적재적소로 인재를 잘 쓰고 상황을 잘 읽는 리더로 보인다.


❝ 말을 본 조조는 정말 마음에 든다며 … 말을 한번 타봐도 되겠냐고 묻죠. … 조조는 얼른 말에 올라타고 그 길로 사라집니다. 암살 시도가 실패했으니 진의가 발각되기 전에 도망친 거예요. 냅다 줄행랑을 친 거죠. …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한 번 더 시도했을 법도 한데 조조는 일단 위기에서 도망치는 선택을 합니다. 병법서에 괜히 삼십육계 줄행랑이 잇는 게 아니거든요. … 최선을 다하되 실패했을 때는 과감히 포기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 … 다시 도전할 기회는 도망친 곳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요. (p.36~37)


❝ 자신의 힘만 믿고 나섰다가 일을 그르치고야 말았잖아요.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고 겸손함을 잃어버리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지금까지 이룬 성공을 모두 무너뜨릴 일을 불러오게 마련입니다. … 높이 올라갈수록, 힘이 강해질수록 더욱더 '절제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삼국지가 이러한 절제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쓰인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p.297)


❝ 대세를 이루었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면 일생의 대업이라도 취하지 않는 것, 그것이 조조의 절제간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조조를 진정한 삼국지의 영웅이자 리더로 보는 평가도 많습니다. (p.302)


하지만 최태성 강사는 말한다. '절제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리더는 조조였다고. 《최소한의 삼국지》를 쓰며 그는 "삼국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절제'라고 생각해요. (p.129)"라고 못 박는다. 그 말에 따르면 우수한 리더는 조조로 볼 수 있다. 《삼국지연의》는 유비의 촉나라를 주인공(선역)으로 설정하였지만 《삼국지》에서는 조조의 위나라를 전통으로 본다. 결국 한이 지고 조조의 위에서 사마의 진나라로 삼국이 통일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된다. 사이코패스 인지 아닌지 몰라도 어쨌든 나는 《최소한의 삼국지》를 보고 조조와 사마의가 보여준 때를 기다리며 뜻을 관철하는 절제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되었다.


앞서 사전 지식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나는 《최소한의 삼국지》로 사전 지식을 채웠다. 겉핥기 식이 아닌 전부를 볼 수 있는 삼국지에 다시 한번 도전해볼 용기가 생겼다. 무협 소설 같은 삼국지에 조금 더 재미를 붙여 봐야겠다.




최태성 《최소한의 삼국지》 발췌; 기억하고 싶은 저자의 생각이 담긴 문장들!



❝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인정하고 해결책을 제시 (p.116)


❝ 너무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가 되거든요. 그러니 곽가는 공격하지 말고 조조의 존재만 인식시키라 한 것입니다. (p.140)


❝ 전투에 나가 공을 세우고, 천하를 호령하지도 못한 채 재야에 묻혀 시간만 속절없이 보내고 있는 것 … 비육지탄 … 허벅지가 살찐 것을 한탄한다는 말로, 재능을 발휘할 때를 얻지 못하여 헛되이 세월만 보내는 것을 아쉬워함 (p.156)


❝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교훈 … 답답함이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예상치 못하게 문제를 해결할 기회와 작은 실마리가 되어줄 우연한 계기는 분명히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나관중은 유비를 통해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p.156)


❝ 두 사람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설 때, 서로의 이익을 충돌할 때, 그때 필요한 기술이 외교술 … '빌린다'라는 개념을 가져온 걸 보면서 정말 아트 외교라고 생각했어요. (p.244)




최태성 《최소한의 삼국지》는 삼국지를 시도해보고 싶었으나 엄두가 안 나는 나와 같은 분들께 추천한다. 한 권으로 삼국지의 교훈을 쏙쏙 뽑아 먹고 재미와 흥미를 더해 조금 더 등장인물들과 사건을 깊이 파고들 수 있게 해주는 디딤돌 역할로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가볍게 시작하기 굉장히 좋다.


이상 『집책광공 사유독서』 다섯 번째 책, 최태성 《최소한의 삼국지》에 대한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쓸 독서 리뷰는 이미 오 년 전 1독 하였던, 오랜만에 재독 해볼 책,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강영숙 작가의 '삶이 곧 글쓰기인 두 모녀, 김 작가와 영인의 이야기' 《라이팅 클럽》으로 다음 주 일요일 찾아뵙겠습니다. 3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또 뵈어요! 구독과 라이킷, 팔로우 댓글도~ 감사해요♡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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