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숙 《라이팅 클럽》
독서인이라면 누구나 인생 책으로 꼽는 책을 몇 권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상황에 따라 뽑아 보는 책들이 여럿 존재한다. 그중 '소설 쓰기란 이런 것'이라는 묘사의 중요성을 배웠던 책 또한 존재한다. 바로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2' 강영숙 작가의 《라이팅 클럽》이 그 책이다.
누구한테나 똑같이 좋은 책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을 나열하더라도 나에게 맞는 책은 따로 있다. 보통 보면 외국 고전의 저명한 소설가들의 책을 인생 책으로 꼽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번역체에서 가려진 작가의 진심에 도달하지 못해서인지 그보다는 한국 작가들의 소설들이 나에게 더 기꺼운 울림을 주곤 한다.(그렇다고 해서 나의 모든 인생 책들이 국내 작품에만 있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나의 인생 책 중 하나인 《라이팅 클럽》을 다시 읽어 보았을 때 첫 정독 하며 북다트를 꽂아 둔 위치 그대로 재독 하면서 똑같이 밑줄을 긋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소설 쓰기 기법'들이 나에게 큰 감명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라이팅 클럽》에서는 '묘사하기'를 강조하는데 그에 맞춰 묘사의 참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즉 '묘사란 이런 것'이라는 예문을 소설에 풀어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다.
❝ 학생 글에는 주의 주장만 있어. 말만 있다구. 그렇게 써서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누가 학생의 생각을 궁금해할 것 같아? 독자들은 바보가 아냐. 소설을 쓸 때는 자기의 생각 따위는 아예 설명하려 들지 않는 게 좋아. … '설명을 하려 들지 말고 묘사를 하라.' J 작가가 나에게 한 문학 수업 제1강의 내용은 바로 그것이었다. … 소설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제일 비슷하기 때문이야.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여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라구. (p.102)
그리고 묘사 뒤에 붙는 작가의 사고 과정을 통해서 소설은 비로소 완성된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우리는 많이 읽어야 한다. 진술만으로 그친 글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작가의 사고와 판단이 깃든 힘 있는 소설이 되기 위해서 소설을 쓰기 위한 우리는 많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쓰는 공부가 필요하다.
❝ 간결하고 분명한 묘사 뒤에 반드시 작가의 사고 과정이 드러나야 해. 그런 건 묘사가 아니라 진술이지. 작가의 사고, 작가의 판단에서 오는 힘이 있는 진술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 … 묘사와 진술 그 두 가지가 적절히 섞여야 해. 좋은 문장이란, 좋은 소설이란 그런 거야. … 묘사는 배워서 할 수도 있어. 그러나 작가의 사고 과정이 소설에 드러나려면 공부를 해야 해. 많이 읽어야 한다구. (p.172~173)
진술이 되지 않는 작가의 사고 과정이 깃든 묘사하기 외 필요조건들이 더 있다. 날씨의 유무 관계도 들어간다. 너무 춥고 더우면 글쓰기 전부터 체력을 빼앗긴다. 적정한 온도를 갖춘 환경이 필요하고 배도 너무 부르거나 고프면 안 된다. 나에게는 공복 상태에도 견디기 좋은 기상 후 새벽 글쓰기 시간이 가장 집중이 잘 되고 능률이 좋은 시간이 된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복잡한 감정들이 혈관 여기저기 꽉 들어차야 한다고…
❝ 글쓰기 모드의 필요조건이라는 게 있을까. 금방 생각나는 건 일단 날씨가 너무 더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 그리고 너무 배가 불러도 안 되고 너무 배가 고파도 안 된다. 배가 부르면 문제의식을 상실하고 배가 고프면 꼬르륵거리는 소리 때문에 글 쓰는데 집중을 못 한다. … 그다음 조건은 좋은 의자보다 더 중요하다. 깊고 깊은 내장 속까지 복수심, 배신감, 허무 따위의 복잡한 감정들이 꽉 들어차야 한다는 것이다. … 혈관 여기저기가 커다란 슬픔으로 꽉 막혀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p.58~59)
❝ 나는 그때 뭔가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것,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탐구하는 것이 글을 쓰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공간을 제대로 설정하라, 그러면 글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써지고 훨씬 더 힘 있게 진행된다! (p.216)
《라이팅 클럽》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을 바라보는 영인의 시각을 통해 작가는 갖가지 묘사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계동 글쓰기 교실에서부터 미국 헨더스 라이팅 클럽까지 영인을 따라가며 독자의 공간도 함께 바뀌며 작가가 보여주는 소설이 힘 있게 진행된다. 글쓰기란, 소설 쓰기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준다. 끝으로 영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글쓰기 강령을 남긴 김 작가의 말로 끝내겠다.
❝ 글은 말이야, 재미있게 써야 해. 그래야 계속 쓸 수 있어. 그래야 계속 읽을 수도 있어. 다들 시간이 없잖아. (p.315)
강영숙 《라이팅 클럽》 발췌; 묘사가 멋지고 작가의 사고 과정이 재밌게 드러난 포인트!
❝ 태아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배아라고 해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법, 김 작가의 자식으로 태어나느니 다음 생을 기약하는 게 옳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위대한 모험가였다. (p.12)
❝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 어쨌든 내 인생에 구멍이 뻥 뚫린 듯한 그런 시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 커피를 함께 마신 상대만 바뀐 채, 아무것도 쌓아 놓은 것이 없는 시간. 요약하면 내 인생은 그렇다. (p.13~15)
❝ 죽음, 고통, 우울 따위의 표현만 줄기차게 해 대던 나와 달리 그 애는 기쁨과 환희를 묘사할 줄 알았다. 정말 고수를 만난 기분이었다.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 볼품없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 온 나 스스로를 괜찮은 존재로 재인식하게 만들었다. (p.24~25)
❝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특별한 이유도 없고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무엇이든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이. (p.146)
❝ 특정한 사물이나 현상 혹은 이미지로부터 얘기를 만들어 나가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 (p.188)
❝ 나는 중국 여자가 소리치는 그 보스턴이란 말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느낌, 움직이는 느낌,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어. 어쩌면 난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갔는지도 몰라. (p.250)
❝ 너는 오후 3시에 태어났어. 오후 3시는 누구나 후줄근해지는 시간이지.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셔. 그리고 '난 지금 막 세상에 태어난 신삥이다.' 생각하며 살아. 뭘 하든 우울해하지 말고. 너는 오후 3시에 태어났어.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널 낳았으니까. 하루에 한 번씩 그걸 생각해야 한다. (p.336)
강영숙 《라이팅 클럽》은 유머러스하게 시크한 감성의 문체로 쓰인 소설 형식을 취한 '소설 쓰기 작법서'라고 볼 수 있다. 나의 글쓰기 문체에 많은 영감을 준 것 또한 《라이팅 클럽》이기도 하다. '소설 쓰기'와 '묘사하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 나는 필히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우리도 영인과 함께 우리네 인생이 담긴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를 소설 쓰기를 통해 풀어가 봄이 어떨지 한 번 적극 권장해 본다.
이상 『집책광공 사유독서』 여섯 번째 책, 강영숙 《라이팅 클럽》에 대한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쓸 독서 리뷰는 불안의 시대에서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현대인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 알랭 드 보통 《불안》으로 새로운 4월의 첫 주 일요일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라이킷, 팔로우 댓글도~ 모두 감사해요♡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