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에 기(氣) 받으러 갑니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등산 원정 [에세이 20]

by 연서글서


명산의 기운을 받아 운을 트여주고 소원을 이뤄준다는 유행에 따라 엄마와 함께 그 유명한 관악산 정기를 받으러 꼭두새벽부터 부산 집을 떠나 광명역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 이미 새벽은 해가 동튼 아침이 되었다. 우리는 광명역에서 8507번 버스를 타고 서울대 입구역에서 하차했다. 잠에 취한 엄마는 등산 시작도 전 주차된 자전거와 부딪혀 넘어지고 마셨다. 오늘 하루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5513번 버스를 환승해 건설환경종합연구소에서 내려 초보자용 연주대 코스 등반을 시작했다. 아뿔싸! 김밥 포장은커녕 생수조차 깜빡하고 챙겨 오지 못했다. 전날 열심히 산행 준비를 하면 뭐 하나, 엄마의 꽈당부터 제일 중요한 물까지 빼놓은 산행이라니. 이번 관악산 등산은 기 받기 전 액땜부터 한 것일까. 부산 집에서부터 챙겨 온 커피와 침을 꼴딱 모아 삼켜줄 사탕, 당보충용 초코바 간식으로 어떻게든 버티기로 한다. 정보를 찾다 알게 된 정상에 파는 비싼 3000원 얼음물이 이제는 저렴한 생명수요, 몹시 귀하고 감사하기로 한다. 버티자!(사실 다행히 엄마께서 전날 미니 오이를 구매해 가져오신 게 있어서 중간중간 버텼다. 엄마 나이스!)


길은 좁고 사람은 터져나갔다. 오전 8시 조금 넘기고 우리의 관악산 정복은 시작되었지만 이미 그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악산에 모여있었다. 올라가던 도중 지나가던 학생은 말했다. “어쩌다 우리 집 뒷산이 이렇게 된 건지…” 서울대생의 권력 있는 말이었다. 온 서울 사람들이 다 여기로 몰려 듯 것 같을 정도였고 오늘처럼 서울 말을 많이 들은 적은 없었던 것 같이 말이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멀리 지방에서부터 온 사람들은 우리뿐일 거야.” 멀리서부터 관악산을 찾아왔는데 산신령님, 우리에게 기(氣) 많이 내려줍소서.


악! 소리 난다는 악산인 관악산은 정말 비좁고 가파르고 중구난방의 돌이 많아 초보자 중 왕왕왕 초보인 나에게는 가장 쉬운 코스일지라도 정말 무지 힘들었다. 소멸 됐던 허벅지 근육이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지 옛적, 돌을 넘어 넘어서니 천국의 계단이 끝없이 솟구쳐 있었다. 곧 승천할 표정으로 나는 한 계단, 계단을 오르렀다.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지만 삼십 대 보다 생생한 육십 대 여사님께선 “난 아직 팔팔해. 생생해. 살아있네.” 하곤 뿌듯해하셨다. 다행이다. 한 사람이라도 살만하니… 내가 아닐 뿐.


등산 전 넘어지신 것에 비해 엄마는 등산 스틱 없이도 잘 오르셨다. 나는 난생처음 등산 스틱의 소중함을 계속해서 깨달으며 수행을 넘은 고행으로서 마음 다해 정성껏 위로 올라갔다. 주변을 볼 여가도 없었지만 아쉽게도 날이 흐려(미세먼지일까?) 서울의 멋진 경관도 볼 순 없었다. 그저 정상을 향해 올라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고도의 집중력이 나를 오르게 하였다. 물이다! 저기 얼음물을 파시는 은인이 계신다!


개당 3000원 하는 생명수 얼음물을 2개 구매하고 은인께서 알려주신 비교적 쉽게 돌아가는 길로 정상까지 올랐다. 관악산 정상 표지석과의 기념 촬영을 위해 줄을 섰다. 약 1시간 30분 넘어 정상에 오른 나는 정말 많은 MZ 등산객들을 보았다. 넘쳐나는 20대(쯤의) 산악인들을 보긴 또 난생처음이다.(비록 내가 등산을 많이 안 하긴 했지만, 덕유산 설산 산행도 해보았다.) 유행은 종류를 가리지 않는구나, 아 우리도 유행 따라왔지.


40분 정도의 기다림 끝에 우리도 관악산 정상 표지석과 사진 촬영을 하였다. 뒷 분께서 열심히 촬영해 주신 사진을 보니 엄마와 나의 타이밍은 자꾸만 어긋났다. 괜찮다. 한 사람이라도 예쁘게 나옴 됐지… 그게 내가 아닐 뿐. 사진 촬영을 마친 우리는 관악산 바위에 앉아 기를 보충했다. 그리고 당도 보충했다. 김밥을 먹지 못한 엄마는 계속 김밥, 김밥 노래를 부르셨다. 옆 사람한테라도 구걸해야 했던 것일까. 아무튼 우리는 간식을 먹으며 바위 위 땡볕에 앉아 쉬었다. 등산을 할 때마다 느낀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한다는 것을. 인생도 포기 하지 않고 꾸준히 한 걸음씩 옮기다 보면 길은 돌아가도 언젠가는 반드시 목표점에 도달할 것이다. 나는 관악산 기운을 받으며 중요한 마음 가짐을 또 한 번 더 새기고 하산하였다. 뿌듯한 하루였다.




지난 주말 토요일 관악산에 다녀왔습니다. 할만하더라고요. 추천합니다. 평소에도 등산을 하며 근력을 늘려 다음번에는 중급자용으로 도전해 볼까 합니다. 낙성대까지 인가 더 많은 기를 받고 가야지요. 관악산 등산 추천합니다. 지방에서 올라간다면 성심당의 대전에 들려보심도 추천드립니다. 관악산·성심당 투어는 기다림의 미학 여행이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많은 기다림을 해본 적은 초등생 운동회 때 외엔 없었던 것 같더군요. 이번 기다림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수행이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을 다스리며 한 자 한 자 열심히 써 올 한 해 제 글에 대한 평가를 간절히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목표를 향한 발걸음 포기 하지 마시고 수행해 올라가세요.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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