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님 운(運)을 트여주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작가 데뷔 비나이다 [초단편 21]

by 연서글서


후욱― 후욱― 가빠진 호흡을 내뱉은 서는 다시 한번 무거운 허벅지를 들어 올려 한 발씩 내딛는다. 숨이 깔딱거릴 정도로 힘든 깔딱고개를 5kg 무게의 배낭을 메고 등산 스틱에 제 한 몸 의지한 채 산을 오르는 서이다. 평소 운동과는 멀리하고 몸의 절반 가까이 체지방이 낀 서가 이번 산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딱히 특별함은 없었다. 남들처럼 한 역술인의 말 한마디에 충동적으로 몸이 앞선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서에게도 이루고픈 소원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땀 흘려 몸을 움직이길 무척 싫어하는 서가 자발적이게 산을 타기 이르렀다.


최근 들어 서는 조급함에 불안했다. 서는 글을 써 자신의 책을 내고 팔리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작가 지망생인 서가 꾸준히 글을 써가지만 자신의 글이 정말 팔리는 글이 될지, 출판계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페이지가 쌓여갈수록 빠른 결괏값이 도출되어 알 수 있었으면 하고 초조해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다른 글을 써야 할지 그렇다면 무얼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불확실한 미래를 엿보고 싶고 기이한 힘에라도 기대고 싶은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그때 소원을 이뤄주는 명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고.


소원을 이루어주는 산행을 알아볼수록 서는 '과연 내가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까' 하곤 겁이 났다. 산 중에 '악'이 들어가는 산은 험준하다고 들었다. 이번 서가 오를 산이 그런 악산이었다. 최근 들어 살이 많이 쪄서 예전보다 더욱 오르막길이 숨 가쁜 서인데 하물며 등산이라니 서에게는 무모한 도전일 게 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는 뒤돌아 도망갈 곳이 없었다. 도망간 곳에는 낙원은 없다. 살만 찐 것이 아니라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서이기에 지금 승부를 보아야 했다. '이 이상 나는 오갈 데 없는 신세야.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서가 사는 지역에 있는 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는 꾸려야 할 짐이 많았다. 집순이 서는 이왕 밖에 나가면 볼일을 다 보고 오는 성미를 가졌다. 이번 산행도 마찬가지였다. 이왕 멀리까지 나가는 것 차비는 뽑고 와야 하지 않겠는가. 의욕이 만발했다. 모 아니면 도다. 서는 충동적인 편이다.


짐 싼 가방을 메어 보니 족히 5kg은 나가는 듯했다. 최소한의 필요한 짐만을 챙긴 것뿐인데 왜 이렇게 무거울까. 이 무게가 서는 짊어지고 갈 미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5kg으로 보장된 미래를 짊어질 수 있다면 깃털만큼 가벼운 것이라고 마음을 다졌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은 마음먹기 달렸고 서는 요행을 바랐다. '이번 소원 산행이 성공하면 나는 성공한다! 그것이 정해진 불문율. 서야 파이팅, 멋지다 서야!'


무거운 첫 한 발은 집을 나서는 새벽의 빛줄기로부터 소원의 끈이 묶인 시작점이 되어 서를 이끌었다. 기차역에 도착한 서는 멈추어 소원을 빌었다.

'비나이다.'


또 한 발을 뗀 것은 기차에서 내렸을 때였다. 등산로 입구까지 가기 위해 타야 하는 버스를 찾아 점점 더 가까워지는 산행에 대한 두려움을 소원이 이뤄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겨낼 때였다.

'비나이다.'


그러나 막상 등산을 시작하면서는 서는 소원을 빌며 올라기기엔 너무나도 벅찼다. 숨을 고르고 목숨줄을 붙잡기 바빴던 서에게는 좁은 산행 길 뒤에 밀린 사람들만이 신경이 쓰였다. 여기서 멈추면 안 돼. 좀 더 넓은 길이 나오면 옆으로 빠지자. 그때 숨을 고르자. 조금만 더, 허벅지야 조금만 더 힘을 내! 서는 밀리듯 올라갔다. 어떻게든 정상까지 오른다. 후욱― 후욱― 미래가 서를 끌어올린다.


그렇게 정신없이 도착한 정상에서 서는 가뿐 숨을 고르며 기어이 소원을 마지막까지 내뱉을 수 있었다.

'작가 데뷔 비나이다.'


산 정산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명산의 기운을 제 한 몸에 가득 담고 있었다. 서도 그 무리에 동참하였다. 오너라, 달콤한 성공의 기운이여! 서는 땡볕 아래 소원을 들어주는 명산의 기운을 끌어 모았다. 이 끌어 모은 기운을 가지고 돌아가 서는 글을 써야 한다. 충전 중. 서는 그렇게 예약된 미래를 충전하였다.


서는 급 깨달았다. 아, 이렇게 산을 오른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힘들면 잠시 숨고르고는 다시 글을 끝까지 쓰면 되는구나. 그러면 나는 고비를 넘어 정상까지 오를 수 있겠구나. 이것이 서가 이번 소원을 들어주는 산행에서 배운 것이다. 소원을 이뤄주는 것은 멀리 있지 않았다. 서의 두 손에, 두 다리에 있었다.


서는 그렇게 글을 쓰고, 또 쓴다. 작가 데뷔를 향한 그날까지 계속―




글감 주제라기 보단 과제로 빼둔 「묘사하기」를 통해 이번 자전적 소설을 써본다. 물리적으로 관악산을 한 번 올랐고, 이전 글 에세이로 두 번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자전적 소설로 나는 세 번 다 올랐다. 관악산에 세 번 오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했다. 나의 작가 데뷔는 이루어질 것이다. (서는 요행을 바란다.)



강영숙 작가의 《라이팅 클럽》을 읽고 소설 쓰기란 묘사를 하는 것, 작가의 사고 과정을 조물조물 묻혀서 글을 재밌게 쓰는 것, 공간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구축할 것, 등 배운 것을 적절하게 사용을 해본다고 해봤는데 막상 나 스스로는 제대로 된 것인지 아리송하다. 영인처럼 J 작가가 나의 글을 봐주었으면 좋겠다.


요행을 바란다지만 나는 나의 글에는 타협이 없다. 나에게 먼저 잘 읽히고 또 읽고 싶고 나에게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나의 글을 정성으로 쓴다. 정성을 다해 치성을 들여본다. 그렇게 나는 나의 목표를 향해 한 페이지씩 더 쌓아 간다. 나의 돌탑은 책이 된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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