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라이. 피노키오

기괴한 만우절 괴담 [초단편 22]

by 연서글서


너 그거 아니? 4월 1일 자정으로 넘어갈 때 절대 거울을 보며 거짓말을 하면 안 된대. 거짓말을 하는 순간 코가 길어진다는 거야. 어떤 사람은 코가 얼마나 길어질까 궁금해서 거짓말을 해봤더니 정말로 피노키오처럼 코가 계속 길어지더래.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사람은 소리를 질렀어. 공포에 질린 비명과 함께 졸도해 버렸지. 그 사람의 가족들이 깜짝 놀라 방으로 달려 들어왔는데 기절한 그 사람의 코는 길어지지 않았다는 거야. 다만 시뻘건 피멍이 들어 비틀려 있었대. 그 사람은 코가 만우절 괴담 때문에 길어지며 비틀렸었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녔는데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어. 그 뒤로 그 사람의 별명은 '거짓말쟁이 피노키오'가 되었어.


너, 그 사람이 무슨 거짓말을 한 줄 아니? '난 태어나서 한 번도 놀란 적이 없기 때문에 코가 아무리 길어진다고 해도 절대 놀라는 일 없이 침착할 거' 래. 아무튼 절대 4월 1일 자정으로 넘어가는 시간에는 거울을 보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거야. 내 말 꼭 명심해.


괴담시에는 만우절이 다가옴에 따라 만우절 괴담이 넘쳐났다. 그중 '피노키오 괴담'이 최근 가장 핫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만우절 괴담 경험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비틀린 코 때문에 고통에 찬 남자가 결국 정신병원으로 갔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였다. 이는 화제가 되어 너튜버들이 하나 같이 만우절 괴담행 티켓을 끊었다. 그중 한 커플 너튜버도 있었다. 달달한 커플의 일상을 보여주는 채널로 구독자수를 꽤 많이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 티브이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이 커플 너튜버는 대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어 이참에 더욱 구독자수를 껑충 띄우기 위해 이번 만우절 괴담행에 참전한 것이다. 그들은 라이브 공지를 올렸다. '우리 커플은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습니다. 한 눈 판 적도 없습니다. 3월 31일 밤 11시 피노키오 괴담행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사실 이 커플은 괴담을 믿지 않았다. 손 안되고 코 풀기 식으로 요즘 정체되고 반복적인 방송에 질린 구독자들에게 보여줄 새 콘텐츠가 필요했기 때문에 괴담을 이용하기로 했다. 즉, 괴담 뿌시기 콘텐츠인 셈이다. 밤 11시가 되자 커플은 라이브 방송을 켰다. 많은 구독자들이 들어왔다. 커플은 인사를 하며 오늘도 달달한 자신들의 모습을 더욱 꾸며 보여주었다. "오늘 오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피노키오 괴담을 통해 확인할 거야." 여자는 말했다. "자기를 향한 내 사랑은 태평양 바다 보다 더 넓고 깊지. 기대해." 남자가 느끼하게 웃으며 윙크했다. 커플 너튜버의 염장에 팬들은 웃으며 우― 우― 거렸다. 그때 도네이션이 들어왔다. '그래서 어떤 거짓말을 할 건데?'


"네. 오늘은 피오키오 괴담에 따라 자정에 거울을 보며 거짓말을 할 거예요. 오늘 할 거짓말은, '나는 바람피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우리 자기만을 사랑한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단 한 번도 사귀면서 싸운 적이 없는 커플입니다.'로 저희의 견고한 사랑을 증명해 보이겠어요."


커플의 말에 팬들은 달달함에 질린다며 너스레 떨었다. 그중 커플 눈에 띄는 채팅이 하나 있었다. 닉네임, 피노키오였다. 피노키오는 '여러분은 오늘 한 커플의 코가 쥐어 뜯길 싸움을 곧 보시게 될 것입니다.'였다. 커플은 피노키오의 채팅을 언급하며 절대 그럴 일은 없으며 우리의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하고 서로의 두 손을 꽉 잡고 웨딩피치의 명대사를 날렸다. '아우 닭살~' 하며 웃는 채팅들이 넘쳐났다.


12시 되기 1분 전. 커플은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두 순을 꼭 잡고 거울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았다. 12시 종이 땡 울렸다. 남자는 말한다. "나는 바람피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우리 자기만을 사랑한다." 여자는 말한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사귀면서 싸운 적이 없는 커플이다!"


사실 커플은 준비한 것이 있었다. 괴담을 믿지 않는 커플은 가짜 긴 코를 준비했다. 예고된 멘트를 끝내고 반대되는 멘트들을 하며 가짜 코를 붙여 달달함을 과시하려고 하였다. 어차피 괴담은 거짓말 일 테고 코는 길어지지 않을 테니 놀이의 일환으로 써먹을 셈이었다. 그때였다. 여자의 눈에 코가 길어진 남자가 보였던 것은.


웃으며 장난치던 커플 중 여자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으며 거울 속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싸해진 표정에 시청자들은 웅성웅성거렸다. 그때 여자는 거울 속 남자의 코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바람피운 적 있어? 다른 여자 있어? 다른 여자 사랑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우리 자기밖에 없지~ 왜 그래?"


여자의 눈에 들어온 거울 속 남자의 코는 더욱 길어졌다. 여자는 맞잡은 남자의 두 손을 뿌려 쳤다. 씩씩 거리기 시작하며 거울에서 눈을 돌려 남자의 두 눈을 직접 쳐다보았다. "그래서 어떤 년인데?"


남자는 당황했다. 사실 남자는 바람피우고 있었던 것이 맞았다. 좋아하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제 발 저린 남자는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몰라 허둥 되었다. "자기 나 못 믿는 거야? 갑자기 왜 이래? 지금 팬들이 다 보고 있어. 장난 그만 쳐." 팬들도 '뭐야, 진짜 싸우는 거야? 연출이야?' 하며 실시간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러나 여자는 방송이고 시청자고 안중에도 없었다. "오빠. 거울 보고 다시 말해봐. '나는 단 한 명과 사귀고 있다'라고. 거짓말이 아니면 어서 빨리 말해봐."


남자는 이것은 연출인척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색하게 웃으며 거울을 보고 여자가 하라는 대로 말했다. 그 순간 남자의 코는 더욱더 길어졌고 쥐어 뜯기는 고통을 느꼈다. "악! 내 코!" 남자는 손을 들어 코를 감쌌다. 그 모습을 본 여자는 씩씩 대며 남자의 머리를 잡아 뜯기 시작했다. "시이발! 누구냐고! 어떤 년이냐고!"


아수라장이 된 커플의 방송에서 피노키오만이 여유롭게 웃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거짓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그리고 유유하게 피노키오는 채팅에서 나갔다. 그렇게 남은 시청자들은 커플의 싸움을 직관하며 이게 무슨 사태인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피노키오 만우절 괴담 피해 사례에 이 커플의 사태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하필 연재 쉬는 수요일 세계적 이벤트가 열렸다. 참여 못한 나는 하루 늦었지만 「만우절」을 글감 주제로 삼아 초단편 소설을 발행해 본다. 핍진성 있는 소설 쓰기를 위해 설정을 짜 맞추느라 머리가 복잡했다. 어려운 핍진성은 핍진성이 일어날 수 없는 괴담이라는 개연성을 부여한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괴담으로 스토리 텔링을 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유명한 웹소설 백덕수 작가의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은 해야 하는구나》처럼 두려움과 공포를 자아내는 괴담을 만들기에는 벅찼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의 박진감 넘치는 괴담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해 보았다.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무리 거짓말하는 날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말고 타인의 마음을 시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우절이라는 핑계 삼아 사람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이 없도록 즐겁고 유쾌한 장난만 쳤으면 한다. 모두의 마음 상하는 일 없도록 말이다. 즐겁고 유쾌한 날은 즐겁고 유쾌하게 끝나야 한다.


괴담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하나의 오락거리가 된다. 모두 괴담 글쓰기로 재밌는 작업을 하며 문장 짓기 연습을 하기를 추천한다. 다소 핍진성이든 개연성이든 떨어져도 글이 되고 이야기가 되는 것이 괴담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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