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한참을 걸었다. 뜨거운 공기에 숨이 턱 막힌다. 물 한 방울 없는 푸석푸석한 땅을 오래 걸어왔지만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나는 나를 더 재촉한다. 조금만 더 가면 가까워지겠지, 조금만 더 가면 닿겠지. 눈에 아른거리는 신기루는 아름답고 완벽하다. 그 그림을 쫓아서 사막에서 나는 계속 걸어가고 있다. 이렇게 몇 날 며칠을 걸어가다가 달리고 뛰고 또 걸으면서 가고 있다가 문득 옆을 보니 어떤 사람도 함께 가고 있었다.
그 사람은 어딘가 조용하고 차분했다. 그는 천천히, 생각 없이 가고 있었다.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지만 그 방향이 맞는지, 지금 가까워지고 있는지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다. 단순하게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재미도 없어 보이고 흥미로워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지루할 만큼 단순하게, 그에게 주어진 길을 가고 있다. 허세도 없었고 자존심을 부리지도 않으며, 한탄하지도 않는다. 매일을 똑같이 반복한다. 때로는 멈춰 있는 것 같고, 길을 돌아가고 있는 것도 같다. 누가 봐도 정말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다. 다른 현실을 사는 것 같은 그 사람이 너무 신기해서 나는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다.
최근 심리상담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발견한 것이 있는데, 내가 신기루 같은 어떤 장면을 상상하고 그것과 현재의 나를 계속 비교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니 나는 이미지로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이미지를 통해 사유를 자주 한다. 나의 미래 모습도 이미지로 그리고, 남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 또한 어땠으면 좋겠는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인간관계라면 단연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이미지 또한 있다.
가끔은 아니 자주 그 이미지가 현실과 동떨어지게 이상적이다. 상상 속에 있는 내 모습은 아름답고 단단하고 멋지지만, 현실의 나는 그 이미지에 비해 부족한 사람, 모자란 사람으로 치부되어 버리곤 한다. 그곳에 도달하지 않는 이상 과정에 있는 나는 계속해서 실패한 나, 아직 미완성의 나로 치부 한다. 완성되지 않은 나를 내가 견딜 수 없기에 조급함이 생긴다. 조급함은 압박감을 낳고, 그 압박감은 또다시 불안과 자기 비난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며 완벽주의가 된 것이 아닐까. 보통 완벽주의는 불안과 통제를 위해 생긴다고 하지만, 내 완벽주의는 내가 만들어놓은 이미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욕심과, 그 도달을 통해 내가 나에게 존재를 증명하려는 마음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나는 답을 모르겠다. 어쩌면 논리적으로 명쾌한 답은 애초에 없을 수도 있다. 아마도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이상적인 이미지에 대한 애착을 조금 내려놓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순간들을 더 사랑하는 요령을 터득해야만 하는 것 같다. 경계 없이,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법을 조심스럽게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