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충분한 삶에 대하여

생각

by 현 Hyun


불안이 없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돌아보면 나는 늘 어떤 미묘한 불안 속에서 살아왔다. 마치 계속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처럼 늘 불안은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전류가 흐르듯이 내 몸에는 항상 긴장이 흘렀다. 어깨는 딱딱하게 굳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머리와 어깨를 잇는 뒷목은 뻣뻣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잔인하고 무서운 영화들은 내 긴장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그런 장면과 영화들은 가능한 피하곤 한다.


생각해 보면, 그 불안은 대체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고 한편으로는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강박적인 책임감에서 오는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성취하고 성장해야만 한다, 어딘가 도달해야 한다라는 스스로의 생각이 주는 압박감이 컸다. 뭔가 잠시라도 생산적이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잘 못 살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과 동시에 나의 게으름으로 삶의 수많은 가능성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막연한 무력감.


이러한 불안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 이 불안은 어디서 온 걸까? 주위를 둘러보면 이러한 불안감은 내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서 어쩌면 이것은 우리를 둘러싼 현대 문화와 시대가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작가 한병철은 <시간의 향기>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충만한 삶은 그저 양적 논리로 정의되지 않는다. 온갖 삶의 가능성들을 실현한다고 자연히 충만한 삶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오늘날 삶이 의미 있게 완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삶이 분주하고 초조해진 원인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이 시작하고 ‘삶의 가능성들’ 사이에서 불안하게 우왕좌왕한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단 하나의 가능성을 완성하고 마무리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삶을 충만하게 해 줄 어떤 이야기도, 의미를 만들어주는 전체도 없다.”


그의 지적처럼, 무엇인가를 양적으로 많이 하고 많이 성취하는 삶이라는 것이 곧 질적으로 충만한 삶은 아니다. 특히나 무의식적으로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분주함으로 시간을 메우는 것은 오히려 불안을 지속되게 만드는 방법인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에서 사색하는 삶을 활동하는 삶에 대비시키며 순간에 머무르는 삶의 가치를 강조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충만한 삶은 현재에 집중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 무의식적인 불안감에 덜 잠식되고 감각에 깨어서 현재에 머무르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만이 존재하는 삶은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현재에 깨어 있는 순간들이 많더라도 그 감각들도 어떠한 실에 꿰어지듯이 어떤 의미가 필요하지 않을까? 순간에 깊이 있게 머무르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면 나의 삶은 덜 불안하면서 충분한 삶, 나만의 완결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image source: Van Gogh Museum,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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