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의 <시네마 2> 챕터 3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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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 Hyun



한 챕터의 분량이 약 30쪽 정도라 아주 긴 편은 아니지만,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한 챕터씩 천천히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 읽은 내용을 확인하고, 잘 이해되지 않는 개념들을 함께 질문하며 풀어가는 방식이다. 시간에 관한 텍스트는 특히 여운이 오래 남기 때문에, 이렇게 충분한 간격을 두고 읽어나가는 방식이 잘 어울린다고 느낀다.


이번에는 <시네마 2: 시간-이미지>의 챕터 3을 읽었다. 이 챕터에서는 두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과거의 기억을 호출하는 기억-이미지(recollection-image)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과 구별되는 꿈-이미지(dream-image)다. 기억-이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법은 플래시백(flashback)이다.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이 기법은 현재와 과거를 명확히 구분한다. 예를 들어 범죄 영화에서 사건이 벌어진 장소로 돌아가 과거를 재현하는 장면은 전형적인 플래시백이다.


반면 들뢰즈가 말하는 꿈-이미지는 현재의 흐름 속에서 과거와 상상이 구분 없이 스며드는 방식이다. 영화가 현재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장면은 자연스럽게 과거로 이동하거나 꿈처럼 변형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느슨해지며, 관객은 어느 순간이 현재이고 어느 순간이 기억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들뢰즈가 말하는 꿈-이미지다. 그리고 다음 챕터 4에서 다루어질 크리스털-이미지(crystal-image)는 이미지는 이러한 시간과 관련된 이미지 중에서도 가장 고도화된 개념인데 그 논의가 더욱 기대된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현대 물리학에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처럼 보인다. 양자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가 말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관점은, 시간이 외부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의식의 방향에 따라 구성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마다 시간을 느끼는 방식이 크게 다른 이유 역시 이 지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문득 고양이는 신피질이 없어 시간 개념이 없다는 드라마 속 대사가 떠오른다. 시간 개념이나 나이에 대한 인식, 미래를 계획하는 사고가 없기에 오직 현재에 머물며 지루함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반면 신피질이 발달한 인간은 기억을 저장하고 시간의 흐름을 인식할 수 있기에 계획적인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 시간관념 때문에 우울, 지루함,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함께 느끼게 되며, 그래서 ‘신피질의 재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쩌면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는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신피질이 만들어낸 하나의 구성물일지도 모른다. 원래 없던 개념이었지만, 발달된 뇌의 기관 덕에 추상적인 것도 감각할 수 있어서 시간을 개념으로 형성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각자의 감각과 신경 구조 그리고 신피질의 발달이 다를 것이기에 시간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이 다를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의 차이 역시, 서로의 신피질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점에서 시간은 생각할수록 흥미로운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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