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도의 차이

장면

by 현 Hyun



공기가 포근해지고 있다. 핸드폰 화면 속 날씨를 알려주는 이모티콘은 여전히 몇 개의 그림으로 오늘을 설명한다. 같은 0도인데 12월의 0도는 귀를 아리게 만들었고 2월의 0도는 날카롭지가 않다.


밖에서 러닝을 할 때는 손이 덜 시리다. 그래서 얼마 달리지 않아 장갑을 벗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한 겨울에 러닝을 할 때는 손과 발이 너무 시려서 마치 냉동실에 들어온 얼얼했다. 근육들은 식은 밥처럼 딱딱하게 긴장했다. 그러나 요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손가락 끝에서 온기가 차오른다.


창문을 오래 연다. 고기를 구우면 냄새가 집안의 한가득이라 걸어놓은 옷과 소파에도 냄새가 앉아 있었고 천장에도 붙어 있었다. 잠깐이라도 창을 열면 들어오는 겨울바람이 집안의 온기들을 다 훔쳐갔다. 그래서 창문여는 것을 꺼렸고 그래서 음식냄새가 방 안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러나 요즘은 환기를 하는 시간 동안에도 어깨를 움츠리지 않는다.


화분 주변에 작은 검은 점들이 생겼다. 아주 작은 초파리들이 한, 두 마리씩 화분 주위를 날아다녀서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겨울 동안 화분 주변은 고요했다. 흙 안에 묻어 둔 고체 비료의 냄새는 겨울 동안 멈춰있는 듯했다. 하지만 서늘한 흙속에서 이제는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나 보다.


히터를 트는 횟수가 줄었다. 공기를 달구는 시끄러운 발 히터를 켜는 시간이 줄어간다. 두꺼운 실내 양말이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추운 날이 계속되다가 가끔 따듯한 주말이 온다. 그리고 따듯한 날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추워진다. 이런 시간이 지루하게 번갈아 오가다, 어느 순간 따듯한 쪽이 더 오래 머문다.




오늘은 오랜만에 아침부터 해가 환하게 떴다. 무거운 구름은 있었고 두터운 바람도 불었지만 태양은 아랑곳하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며 화끈하게 빛을 쏘았다. 조깅을 하고 돌아와 핸드폰의 만보기를 보니 한겨울 눈비가 많이 오는 겨울보다 날씨가 좋아지는 2월에 들어서 걸음이 많아졌다.


식물이 해를 향해 자라듯이 몸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언제 배가 고프고 언제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은지. 언제 웅크리고 언제 기지개를 켤지를. 몸도 아주 미세하게 변화를 향해 천천히 기운다. 화분 위를 날아다니는 초파리의 작은 날갯짓처럼, 눈에는 잘 보이지 않고 미세하지만 아주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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