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두 마리 치타

장면

by 현 Hyun



밀가루와 설탕을 쇠 볼에 한꺼번에 넣어 버터와 버무린다. 생크림으로 점성을 더하고 냉동실에서 딱딱하게 얼은 블루베리를 한 움큼 볼에 넣었다. 양손을 사용해 반죽과 블루베리를 헐겁게 뭉쳤다. 보라색 점을 품은 흰 도화지에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색이 점점 퍼져나갔다. 블루베리가 녹아 얇은 껍질부터 바스러져서 반죽을 진한 어둠으로 물들였다.


반죽을 오븐에 넣고 알람시계를 맞춘 후에 소파에 누웠다. 주방에서 나온 스콘을 굽는 냄새가 거실까지 조용히 퍼졌다. 아이패드를 집어 어제 이북으로 구매한 정신분석가의 책을 꺼내서 읽어 나갔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는데 문득 어젯밤 꿈 생각이 났다.




어느 늦여름밤 저녁 도로 위다. 진한 남청색 밤하늘이 보인다. 끝없이 줄지어 켜있는 노란 가로등이 어둠을 밀어내는 중이다. 아스팔트로 된 8차선 도로다. 차도 사람도 많이 다니지 않는 비어있는 공터 같다. 가까운 곳에 사거리가 보인다.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두 마리의 치타다. 한 마리는 검푸른 윤이나는 새까만 털을 가졌다. 그 털은 밤하늘보다 더 어둡다. 눈은 개나리 노란색이다. 다이아몬드형의 둥근 눈 가운데에는 갈색의 동공이 좁고 길다. 그 눈은 흔들리지 않는다. 또 다른 한 마리는 주황털에 검정 무늬가 있어 마치 호랑이 같다. 털들은 엉켜있고 발톱은 길게 밖으로 드러나 있다.


검은 털의 치타는 나와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여덟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치타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섰다. 치타의 몸집이 사람보다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검은 치타는 잘 길들여진 착한 야생 동물처럼 다소곳하다. 사람들이 치타를 보면서 감탄의 말을 뱉는다. 나에게는 웅성거림으로 들린다.


주황 치타는 멀찌감치에서 그 광경을 본다. 멀리서 경계를 하면서 다가오지 않는다. 공사장의 쇠 바리케이드 철망 뒤로 몸을 숨긴다. 망 사이로 눈을 반짝이며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무리를 주시한다. 낯선 것이 움직이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하는 중이다. 네발로 서서 같은 자리에서 양옆으로 왔다 갔다 서성거리면서. 나와 눈이 마주친다. 나는 날카로움에 소름이 돋았다.


검정 치타는 끝까지 조용했고 비현실적으로 가만히 앉아 있다. 사람들과 같이 있다. 움직임이 없지만 그 노란 눈으로 한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나는 이 두 치타를 번갈아 쳐다본다. 밤은 멈췄다.



Cover image ⓒ Hyunjung Choi,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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