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지의 개빡치는 날 - 프롤로그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욕을 하는 거니..?

by 최첨지

H는 설렁탕이 싫다고 했다. 항상 그런 식이다. 설렁탕을 사오면 설렁탕은 싫다고 하고, 파스타를 사오면 파스타는 정말 싫다고, 설렁탕은 없냐고 묻는다. H는 늘 이런 방식으로 나와 소통한다. 이게 소통인가?


나는 최첨지라고 한다. 대사증후군 직전의 L과, adhd로 고군분투 중인 H, 장래희망이 신짱구인 J와 함께 살고 있다. 이제부터 써내려갈 것은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나의 처절한 생존 기록이다. 이 글은 피로 쓰여질 예정이다. 한 편을 완성할 때마다 내 수명이 단축될 것이다. 단언한다. 그럼에도 써야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기 때문이다. 내 이 분출할 곳 없는 개빡침을 말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H부터 소개하자면 그녀의 내면에는 머리가 셋 달린 케르베로스가 산다. 그렇다. H는 지옥에서 올라온 삼두견이다. 누군가 H의 앞에 다가서기라도 한 날에는, 어쩌다 보니 그저 그 앞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라고 해도 말 그대로 상대를 찢어버린다. 그 앞에 종종 실수로 서있는 건 때때로 J, 그리고 죄없는 절대 다수다.


그렇다면 J는 어떨까. 그녀는 H가 자신을 오체분시해도 곧바로 부활한다. 그리고 다시 H의 문 앞에서 서성인다. 그녀의 추구미는 신짱구지만, 도달가능미는 불사조다. J 자신만 그 사실을 모른다. 대체 왜 자신을 갈기갈기 찢는 H에게 매번 도전하는지 의문이지만, 이유를 물어보면 J는 늘 내게 자신의 엉덩이를 보여준다. 어쩌라고.


그리고 L, 아.. L을 뭐라고 정의내리면 좋을까? 이 구성원에서 유일하게 남성인 L은 상남자답게 요리를 좋아한다. 갓 데이트를 시작한 커플이 만들법한 풋풋 파스타에서부터 80세 접어든 전주 할머니가 끓일법한 구수한 찌개까지 그가 못할 요리란 없다. 그 능력 마치 고든 램지, 아니 고든 램지 아빠보다 더 완벽하다. 그의 손놀림은 주방에서 찬란히 빛난다. 신이시여. 하지만 신은 그에게 단 하나만큼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머물다간 주방은 늘.. 자유분방하다.


L, H, J와 함께 하는 최첨지의 지난 10년에 대해 브리핑할 날이 왔다고 느낀다. 바라건데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나와 함께 개빡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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