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봄

마지막 봄 마중을 나간다

by 최담

마중 나가 서성이다 다시 돌아오길 여러 날, 봄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만 애가 탄다. 차라리 수선화 무리가 고개를 내밀지 않았더라면, 작고 여린 봄까치꽃이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조바심은 덜 했을지도 모른다. 서두른다고 오는 게 아닌데, 무수히 맞이한 봄날은 해마다 망각으로 찾아온다.


엊그제도 폭설이 내렸다. 얄밉고 심술궂다. 눈은 습해 무거웠다. 눈을 받아 안은 나뭇잎들과 가지들이 무게를 견뎌내며 힘겨워했다. 다행히 한낮의 기온이 올라 눈은 금방 녹았다. 눈에 묻혔다 모습을 드러낸 수선화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푸르고 싱그럽다. 봄까치꽃도 덩달아 작은 꽃망울을 그대로 내보인다.

수선화


마음 급한 농부들은 들로 산으로 분주하다. 안달복달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 농부의 본성이다. 봄이 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간다는 배짱으로 집을 나선다.


언 땅에서 싹을 틔워 솟아나는 수선화가 희망이다. 무리 지어 수줍은 듯 피어난 봄까치꽃이 기적이다. 산수유 메마른 가지에도 연한 새싹이 돋아난다. 올해는 뒷산 진달래도 더욱 붉어지리라. 개나리 노란빛도 도드라져 눈이 부시겠지. 주변의 연약하고 여린 몸들도 봄기운을 뿜어낸다.

봄까치꽃


혹독하고 긴 겨울을 보냈다. 몸보다 마음이 추웠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잠재우고 조여 오는 불안의 압박을 풀어 내려 안간힘을 썼다. 애써 태연한 척 표정을 숨기고 의연해 지려 노력했다. 할 일은 해야 하는 최소한의 겨울나기를 위해 아파도 안 됐다. 버텨내고 살아낸 겨울은 갔다.

산수유



봄은 쉽게 오지 않음을 허튼 나이를 먹어가며 배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봄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기어이 봄은 오기에 이제부터는 너무 멀리 마중 나가지 않으려 한다. 마음의 봄이 빨리 오기만을, 제발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기를 삭이고 삭이며 기다린다.


함께 봄을 기다리는 광장의 시민들이 짠하고 뭉클하다. 꺼지지 않은 불빛이 아직 어둡고 막막한 이 땅을 밝히는 희망이고 위로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외침은 진즉 봄을 불렀다. 온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는 시간. 이런 봄이 다시 오지 않기를, 이렇게 오는 봄은 다시없기를 바라며 가슴을 부여잡고 두 눈 부릅뜨며 마지막 봄 마중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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