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나라

by 최담

조용한 아침의 나라, 동해의 일출이 서해의 일몰로 저무는 하루가 무탈한 날이면 된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지극한 평범함. 봄이 와 꽃이 피면 편하게 꽃놀이를 즐기는 일상. 아침이면 일터로 향하는 모두의 발걸음이 더없이 가볍고 경쾌한 시간 들. 모든 시작을 지극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를 누르고 짓밟아 일어서는 관계가 아닌 더불어 함께 가도 모두가 좋은 사회. 아침에 출근한 가족들이 저녁이면 환한 얼굴로 돌아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식탁의 풍경. 학교 갔다 온 아이가 가방을 내던지고 놀이터와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어둑해질 무렵, 땀이 흥건하고 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돌아오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날들. 큰 딸아이가 어두운 저녁 골목길을 돌아들어 와도 아무 걱정이 되지 않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지 않는 학교. 대학의 문이 활짝 열려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원하는 전공을 찾아 배움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제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어떤 불이익이나 차별을 당하지 않는 사회. 선생님들의 정치활동이 보장되는 나라. 학벌이나 시험이 더 이상 신분 상승의 도구나 지배 계급의 상징처럼 여겨지지 않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밥벌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마음껏 연애하고 빛나는 미래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꿈을 꾸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나라. 자녀 양육에도 걱정과 불편이 없는 나라.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길거리에서 정처 없이 떠돌거나 방황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 나이 들어도 궁핍하거나 소외당하지 않고 편안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나라. 그래서 노구를 이끌고 폐지를 주우러 다니지 않아도 되는 나라. 불편한 몸으로 집을 나서도 거리낌 없이 편안하게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지역, 남녀, 세대, 신분, 종교, 국적의 차별과 혐오가 없는 나라. 이념과 사상의 개념이 생산적 대안과 상생의 토대가 되는 지혜로운 국민들의 나라. 남과 북이 다시 손 맞잡고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나라.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억울한 사람과 헛된 죽음이 없는 나라. 안전하고 튼튼한 구조물들이 신뢰와 믿음으로 지탱이 되는 나라. 극단의 정치가 아닌 공동체의 이상 실현을 위한 품격 있는 정쟁으로 모두에게 희망을 주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부푼 꿈을 꾸게 하는 나라. 평상시에는 국민들이 정치와 정치인의 존재를 잊고 사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더는 광장으로 모이지 않아도 되는 나라. 자유와 민주와 평화가 어떤 욕망과 억압과 권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지켜지고 보장되는 나라. 광장이 축제와 문화의 마당이 되어 들썩이는 나라. 케이팝과 문화, 예술이 다시 전 세계인의 사랑과 관심으로 뜨겁게 달궈지는 문화강국의 나라.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꿈꾸는 나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나라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이고 국무위원이고 국회의원인 나라. 군인과 경찰은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본연의 임무수행을 최고의 명예와 가치로 여기는 나라. 사법부는 오직 법관의 양심에 따라 정의와 진실만을 위해 법의 잣대를 드리우는 나라. 검찰은 해체되고 기소만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존재하는 나라. 어둡고 소외된 곳을 비추고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정하고 사실에 기반한 보도만을 사명으로 존재하는 언론이 있는 나라.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다.


오늘 헌법 재판소가 국민이 주인되는 새로운 나라의 시작을 알리는 주문을 선고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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