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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형님의 달걀 예찬

[나를 살게 하는 맛-7]

by 최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날들이었다. 그냥 사는 삶이었다면 그런대로 살 수 있었다. 남을 위해, 사회를 위해, 더 나아가 인류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하려고 했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같은 뜻을 가져도 하나가 되는 게 어렵다는 걸 체득한 나날들이 쌓여 갔다. 사람으로 입은 상처는 생채기가 깊고 오래갔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며 또 다른 이상을 펼치고자 농촌으로 왔다. 생명 존중과 바른 먹거리,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자유인으로 살고 싶었다. 도시와 농촌, 무대는 바뀌었어도 사람과의 일은 여전히 어렵고 복잡했다.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 두기와 간섭의 정도를 알아갔다. 농부로서 하고 있는 일은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친다. 신념과 고집과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다. 지금 삶에 만족한다.


먹는 것에도 사유는 깊어졌다. 내 몸을 살리는 먹거리에 대한 공부를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는 혹독했다.


오래전, 오로지 인간에게 고기를 공급하기 위한 존재로 사육되고 죽임 당하는 동물을 생각하며 채식을 선택했다. 곡류와 채소 중심으로 식습관을 바꿨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 뜻과 실천은 정당하나 육식을 끊은 결과는 참담했다. 몸에서 필요로 한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한 채로 20여 년을 보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타고난 건강 체질이었던 몸이 완전히 무너진 후 다시 나를 살리는 먹거리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학습에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형님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식생활 패턴을 연구하기 위해 몰두했다. 전문성을 갖춘 양심적인 의사들을 스승 삼아 더 깊고 넓게 분석하고 실천하며 건강한 몸을 만드는 방법을 체득해 나갔다.


내 몸을 살리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형님이 찾은 최고의 먹거리는 달걀이었다. 몸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영양성분을 골고루 함유한 완전식품, 탄수화물 중심의 식습관을 단백질과 지방 중심으로 전환시켜 주는 핵심요소였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좋은 달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영양 많은 달걀은 필요충분조건이었다. 자연순환의 원리에 맞춰 동물 본연의 본성을 누리면서 행복하게 자란 닭들이 낳은 달걀을 꼼꼼하게 찾아다녔다.

형님이 찾은 농장의 꼬꼬들


몇 년 전, 그런 달걀을 만났다. 그때부터 하루에 4~6개의 달걀을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

철판에 코코넛오일을 두르고 프라이를 해서 먹는다


달걀을 먹으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좋은 단백질을 섭취했으니 바로 근육으로 만들어 주는 간단한 운동을 습관처럼 한다. 60대 중반인 형님의 몸은 근육으로 탄탄하게 다져졌다. 달걀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는 왜곡이며 괴담이라 확신한다.

형님의 먹거리는 그를 살리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됐다. 저염으로 만든 물을 마시고 꿀과 식초를 섞어 마신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육류도 섭취한다. 탄수화물은 기본만 채우는 것으로 조절한다.


형님에게 달걀은 생명이다. 달걀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살게 하는 힘은 달걀에서 나온다고 예찬한다. 그는 스스로가 증명하는 최고의 달걀 홍보대사다.




어릴 적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최고의 선물은 달걀이었다.

가정방문을 오신 선생님께 꾸러미에 담긴 달걀을 드렸다.

선생님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흔쾌히 받아 가셨다.

흔한 듯하지만 쉽게 먹을 수 없었던 달걀.

정성과 마음을 듬뿍 담았기에 더 가치가 있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달걀은 가장 흔한 먹거리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하루 달걀 생산량은 대략 4,860만 개.

5천만 국민이 하나씩 먹어도 되는 양이 하루에 생산된다.

이중 그 형님이 드시는 농장의 달걀 하루 생산량은 0.0000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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