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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성찬: 생마늘과 마른 멸치

[나를 살게 하는 맛-6]

by 최담

이 대표는 어둠이 걷히는 새벽, 트럭에 시동을 건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대추밭으로 간단한 아침을 챙겨 나간다. 흩어지지 않는 여명의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매일 이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는 다방면에 재주가 많다. 아는 게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궁금한 게 있으면 찾아보고 탐구한다.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해 낸다. 여러 사람에게 고루 인정을 받는다.


농부인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아내는 출근하고 아이들은 공부를 위해 서울로 떠났다. 혼자 있는 시간을 심심하지 않게 보내는 많은 방법을 알고 있다. 일도 혼자 척척해내고 혼자 놀기도 잘한다. 때때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 술자리가 길어지기도 한다.

그는 일과 생활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사는 걸 추구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는 그는 잘 단련되고 다듬어진 생활인이다. 그의 진면목을 알고 나면 누구든 가까이하고 싶어 한다. 그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보다 나이가 많다. 그 또한 그가 갖고 있는 매력의 한 부분이다.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어떤 대화든 통할 수 있는 사람, 들어주고 맞장구쳐주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를 사람들은 자꾸 불러낸다.


그는 음식에 까다롭지 않다. 뭐든 잘 먹는다. 때때로 계절의 흐름과 날씨의 변화, 격변의 시간 속 사회 현상의 변동에 맞춰 맛난 거 먹자고 연락을 한다. 밖에서 만나 식사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술을 잘 먹지만 나는 술을 먹지 못해 점심 약속이 대부분이다. 콩국수, 순댓국이 주메뉴다.


전날 술을 많이 먹어도 다음 날 새벽이면 일어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마늘'과 '멸치'다. 마늘이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다 다 알고 있다. 강한 맛과 향으로 어떤 음식에 들어가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늘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반찬이 되거나 건강식품이 되어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멸치도 마늘과 닮은 점이 많다. 보조 재료로 많이 쓰이기도 하고 주 재료로 요리되어 맛깔스러운 반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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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늘과 멸치를 요리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먹는다. 따뜻한 밥에 생마늘과 마른 멸치, 그리고 초고추장만 있으면 최고의 상차림이 된다. 마늘은 지인을 통해 구입하고 멸치는 적당한 크기의 윤기나는 것으로 직접 고른다. 쉽게 먹기 힘든 생마늘이 최고의 맛이라며 극찬한다. 곁들여진 마른멸치도 마찬가지. 두 가지 반찬만 있으면 비교할 수 없는 성찬이라 엄지 척을 한다.

KakaoTalk_20250917_162442915_04.jpg 이것만으로 밥 한 그릇 뚝딱


삶은 달걀에 생마늘을 올려서 먹는 맛도 일품이다. 그 만이 즐겨 먹는 영양식이다.

KakaoTalk_20250917_165959608.jpg 환상의 조합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사람이 덜 되어 마늘을 많이 먹어야 한다'라고 놀리기도 한다. 아무렴 어쩌랴. 내 몸에 맞는 먹거리를 내 방식대로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면 된다.

요즘 들어 부쩍 이곳저곳 몸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오는 데 '생마늘'과 '마른 멸치'는 그를 살게 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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