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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담 Feb 07. 2024

위로가 되는 사람

존재만으로 감사하다

봄이 오는 길목이다. 아직 찬 바람은 여전하고 비와 눈도 번갈아 내린다. 이상기온으로 겨울이 겨울 답지 않아 마음은 무겁지만 생동하는 봄은 어김없이 오고 있다. 일상의 작은 변화들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마주한다. 


사소하고 가벼운 것들의 변한 듯 변하지 않는 덤덤함과 제자리 찾기가 소중하고 고맙다. 

바라보이는 많은 것들은 그대로 인듯한데 우리의 삶은 잠시도 멈춤이 없다. 기쁘고 좋은 날도 지나 보면 순간이고, 힘들고 어려운 날들도 속절없이 지나간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간다. 

오늘이 전부인양 발버둥 쳐도 무심한 듯 내일은 찾아온다. 그 내일은 분명 오늘과 다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흔들리는 삶의 면면들이 모여 만들어낸 인생극장이다. 주인공은 물론 우리다.  


무대 위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같은 듯 다른 삶들이 펼쳐진다. 잘 사는 사람이 있고, 못 사는 사람이 있다. 아픈 사람이 있고, 아직 건강한 사람도 있다. 좋은 일이 생겨 절로 웃음이 나오는 사람이 있고, 안 좋은 일로 얼굴이 굳어진 사람도 있다. 뜻하지 않은 이별에 마음 사무치는 사람이 있고, 꿈같은 만남에 하루하루가 즐거운 사람이 있다. 원하는 것을 이룬 사람이 있고, 뭐를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 있고, 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이 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음에 애달파하는 사람이 있고 늘 함께 있으면서도 남과 다름없는 사람도 있다. 화려한 영광의 자리에 올라서 있는 사람도 있고, 늘 제자리인 듯 멈춰서 있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의 다사다난한 삶과 마주하며 우리의 일상도 요동치고 흔들린다. 분명한 건 누구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타인의 경우가 자신의 처지가 될 수 있고 자신의 현실이 또 다른 타인의 일이 될 수 있다. 삶은 변화무쌍하면서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의 모습을 닮았고, 인생은 드러나지 않는 넓음과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우주와 같다. 그러기에 어느 누구의 삶과 인생도 가볍지 않다. 나이와 성별을 떠나, 신분과 국적을 초월하여 모두의 삶은 저마다의 무게로 흔들리고 부딪치며 나아간다. 

떠밀려 가는 삶도 있고 흘러가는 삶도 있다. 멈춰 있는 삶이 있으며 거침없이 내 달리는 삶도 있다. 


답이 있되 답이 없는 날들의 연속일지라도 우리를 거뜬히 살아 내게 하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나 아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어야 할 이유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나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은 축복이다. 따뜻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메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가만히 내미는 손이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동력이 된다. 아무도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난 너만 믿는다며 등을 두들겨 주는 단단한 믿음이면 된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원망할 때 조용히 다가와 넋두리 같은 하소연을 들어주는 넉넉함이면 된다. 캄캄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가만히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 주는 따뜻한 마음이면 된다. 때론 커피 한잔의 시간이, 무심코 흘러나오는 음악이 마음을 다독여 준다. 어루만지듯 스쳐가는 바람도 위로가 된다.


큰 걸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소소하게 위로받고 싶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고 싶다. 그것이 동시대를 함께 사는 이유이고 같이 가는 사명이다. 누군가에게 우리 모두는 위로를 건네야 한다. 바다와 같고 우주와 같은 우리의 삶을 견디고 헤쳐 나갈 길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봄이 와 땅이 녹고 들판에 씨앗을 뿌리는 노동으로 농부는 위로를 받는다. 고개 들어 바라보고, 손 내밀어 잡으려는 그곳에 자신을 위로해 줄 누군가와 무엇이 놓여 있다는 믿음은 모두를 일으켜 세우는 마법이다. 

위로는 상처 주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괜찮다고, 최악은 아니라고,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결국엔 잘 될 거라고, 그리고 애썼다고, 오늘도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말해주자. 


위로가 되는 소중한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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