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내게 집이다. 글쓰기가 고통스러워서 내가 더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게 된다면, 나는 돌아갈 집이 없다. 그래서 자꾸 학위나 자격증의 세계로 도망치려는 것이다. 내 집을 집으로 남겨두기 위해.
변호사시험이 끝나고 글을 본격적으로 쓸 시간이 많아지면 양질의 글을 생산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이 사실 틀린 것 같다는 불안함. 탁월한 글을 쓸 수 없다면 내게 남은 것은 무언가, 라는 초조함. 학위와 자격증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 등등이 오늘 나를 괴롭혔다. 한참 노트에 생각을 줄줄 적은 끝에 작은 결론에 도달했다. 내 글이 탁월하여 타인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다면 그건 기쁜 일이고 축복 같은 일이지만 전혀 가닿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 내 글이 탁월한지, 그래서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글인지 자꾸 생각하려 들다보면 절대 정직하고 솔직하게 글을 쓸 수가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자아성찰의 도구이자 현재 내 좌표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쓴다. 그러니 나는 솔직한 글을 쓴다. 쓸 것이다. 그리고 분명 그렇게 써도 된다. 그렇게 쓰는 것이 적어도 나에게 해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사람은 얼마나 자주 자기 자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는가. 글쓰는 순간만큼이라도 나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소중한 일이겠는가.
글로써 탁월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자. 일단 정직해지자. 나 스스로에게까지 거짓말을 하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하니 쿡쿡 찌르듯이 아프던 위통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