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게 최선이었다, 나는 항상 그때그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라는 자기 확신은 나를 안심시킨다. 안심되었다는 건 그 전까지 내가 불안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안은 이미 나의 거대한 일부다.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것은 과거에 내가 한 선택들에 대한 긍정이다. 과거를 믿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자기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을 믿지 않으면 높이 뛰어오를 수 없듯이.
나는 나에게 차라리 종교다. 의심하는 순간 내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되리라는 강한 예감. 그래서 과거를 들여다볼 생각조차 못한다. 의심은 금지되고 붕괴는 지연된다. 삶의 지혜 혹은 속임수.
그 한계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훗날 나는 이런 지금의 나를 원망할까? 혹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긍정할까?
하늘은 낮고 구름이 우거져 비는 종일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삶이 계절 같은 것이어서 내 의지로써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는 그 밑에서 쪼그려 앉아 우산을 쓰고 날이 개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빗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갇혀 있다. 나는 나 자신의 감옥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축축하고 어두운 감옥. 감옥을 쌓은 것은 까끌까끌한 에고(Ego)다. 놓을 수 있다면 차라리 놓아버리고 싶은.
나는 무얼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걸까. 그건 정말 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