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엄습해온다. 나는 쉽고 값싼 방식으로 이 외로움을 달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외로움에마저 비싼 값을 매기고 싶은 스스로가 진절머리가 난다. 외로움조차 어떤 사유의 밑재료로 써보이겠다는 생산 의지 혹은 탐욕.
외로움은 자신을 다루는 대가로 심연 속에 발 담글 것을 요구한다. 심연은 어둡고 차갑다. 무언가 발목을 감싸는 감각에 고개 숙여 들여다보니 '자기혐오'라고 불리는 해초다. 자기혐오의 자양분은 외로움이다.
자기혐오를 뜯어 삶아 씹어본다. 국을 끓여도 본다. 국 냄새가 집 안에 흥건하고 나는 급기야 나 자신으로부터 쫓겨나고 싶어진다. 나는 그제야 텅 빈 채로 존재할 수 있다. 오래된 집이 되어 차양 사이 어두운 밤하늘을 엿보고, 기약된 무너짐의 방문을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조금씩 가라앉고 붕괴되고 마모되면서. 고요 속에서 비로소 평온할 것이다.
존재한다는 것의 피로. 자기 분열. 더 낮은 곳으로의 추락. 나를 궁휼히 여기는 신이 있다면 기꺼이 남은 생을 공물로 삼아 바칠텐데. 결국 빛은 위에서 아래로 추락하는 것이어서, 아무리 빛을 손에 쥐어도 신은 더 낮은 곳으로만 향해 손가락 사이를 빠져 흘렀다. 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누군가 신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혐오를 마저 씹어 삼켜본다.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