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크래커 부스러기처럼 나는 자꾸 부서졌고
원인을 알면 대개의 현상이 설명되었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기혐오 네 글자를 되뇌이면 자기혐오가 낯설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때로 어떤 단어는 피에 각인되는 것이어서
친구들은 자꾸 내 얼굴이 창백하다고 했다
걸출한 정신은 세계와 싸우며 성장한다는데
나는 피아 식별조차 하지 못해서
해안가에서 말라붙은 그물을 보고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마치 내 전생이 거기에 걸려 생을 달리한 양
절벽은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해안가로 달려갔고
생의 한가운데로 나아가듯이 어선들은 앞다투어 빛 속으로 향했다
나는 홀로 남겨져 그 모양을 부러운듯이 바라보았다
어선의 하얀 깃발이 손짓하듯이 나부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