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최단감

나는 원체 책 한권을 진득하니 못 읽는다. 이걸 포장해주는 좋은 말로 '병렬형 독서'라는 게 있던데 그 말을 지득한 후로 '나는 병렬형 독서를 해'라고 안심하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7권의 책을 소위 '병렬형 독서'하는 중이다.


이렇게 많이 읽는게 대관절 무슨 소용일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애초 나는 왜 읽는거지.


읽는게 그냥 습관이기도 하고... 라고 어물쩡 답하기엔 부족하다. 읽지 않으면 불안하다. 읽지 않는 시간이 아깝다. 사정만 허락된다면 회사에서 붕 뜨는 시간에도 책을 집어들고 읽고 싶은 충동이 든다. 물론 그럴 수 없지만.


세계의 비밀 비슷한 것이 이미 누군가에 의해 책에 쓰여졌을 것 같은데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는 초조함. 신이 사람의 펜을 빌려 내 구원으로 가는 길을 이미 적어두었는데 그걸 아직 내가 못 읽은 것 같다는 확신 또는 의심.


책상 앞에서 책을 읽을 때 허리는 마치 구걸하는 사람처럼 절박하게 굽는다. 예배를 보며 신 앞에 머리를 조아리듯이. 어쩌면 텍스트는 내게 신이나 구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약속의 땅으로 가는 비밀이 거기 적혀있는 양 게걸스럽게 탐독한다. 완성되지 못하고 결핍되고 망가진 내가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는 어떤 비의가.


그런 독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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