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문건을 작성하다 일단락하고 담배를 피우러 건물 밖으로 나갔다. 어둠 속에서 봄밤 냄새가 흐릿하게 났지만, 그마저도 담배에 불을 붙이니 더 희미해졌다. 외부를 밀어내는 감각. 나는 아직 봄을 맞을 준비가 안됐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또 하루가 멀어져가는 게 서른 즈음이라고 김광석이 불렀었다. 하루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가 멀어져가는 것. 어떻게든 주체이고 싶어서 아등바등 하루를 채워 밀어내보지만, 시간은 내 의지에 아랑곳 않고 제 갈길을 떠난다. 네 의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아. 네가 중요하다는 건 착각일 뿐이야, 라고 속삭이면서.
그런가하면 작가 최유수는 "죽기 전에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는데 이 세계에는 없는 듯 하다" 라고 썼다. 그러니까, 내가 숨바꼭질 술래여서 어딘가 숨어있는 친구를 찾아야하는데, 하루가 저물어가도록 아무리 뒤져도 도통 친구를 찾을 수 없는 느낌. 꼭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거 같다. 혹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는 어쩌면 희미한 전생 혹은 내세의 기억을 붙잡고 공연히 여기저기 뒤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여기 있을리가 없잖아, 라고 의심하면서도 찾는 행위를 멈추지 않기.
나는 자꾸만 부재(不在)에 맞닥뜨렸고 그럼으로써 내 존재를 확인한다. 갈구하는 대상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 어쩌면 나는 내 흐릿한 존재를 뚜렷하게 하고 싶어서 자꾸 피아 식별을 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이러나저러나 체념은 차라리 습관같은 거라서 나는 거듭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마치 봄 밤을 조용히 태워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