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변화에도 길은 있다

5장. 인간관계: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by 최동철

5장. 인간관계: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오르고 많은 부를 쌓아도,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 삶은 사막처럼 공허할 것이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태어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사랑을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관계는 우리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기도 하고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오해와 갈등, 소통의 부재로 답답함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주역은 이러한 인간관계의 본질을 ‘소통’과 ‘단절’이라는 두 가지 상태로 설명한다. 하늘과 땅이 만나 만물이 생성되듯,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통해야 비로소 건강한 관계가 맺어진다. 이 장에서는 관계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태(泰)괘와 비(否)괘를 통해, 사람을 얻고 관계를 평안하게 가꾸는 지혜를 배워본다.


- 태(泰)괘와 비(否)괘: 소통과 단절 사이에서


주역에서 관계의 이상적인 상태는 지천태(地天泰)괘(☷☰)로 표현된다.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는 모습이다. 자연의 이치대로라면 가벼운 하늘의 양기(陽氣)는 위로 올라가고, 무거운 땅의 음기(陰氣)는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즉, 태괘는 하늘과 땅의 기운이 활발하게 교류하며 서로 통하는 평화롭고 안정된 상태를 상징한다. 윗사람은 자신을 낮춰 아랫사람과 소통하고, 아랫사람은 마음을 열고 윗사람을 따르니, 조직과 가정에 화평이 깃드는 모습이다. 반면, 최악의 관계는 천지비(天地否)괘(☰☷)로 그려진다.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는, 언뜻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하늘의 기운은 계속 위에만 머물고, 땅의 기운은 아래에만 고여 있으니 서로의 기운이 전혀 섞이지 못하고 꽉 막혀버린 상태다. 각자 자기 생각에 갇혀 소통을 거부하는 불통과 단절의 모습이다. 부모와 자식이, 상사와 부하가, 연인과 부부가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 바로 비괘다. 당신의 인간관계는 태(泰)의 상태인가, 비(否)의 상태인가? 중요한 것은 관계에 있어 적절한 경계와 거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무조건 가깝고 친밀한 것만이 좋은 관계는 아니다. 건강한 경계는 서로를 존중하는 공간을 만들어주며, 이 공간 안에서 비로소 진정한 소통(泰)이 일어날 수 있다.


- 사람을 얻는 길, 평안(泰)의 조건


어떻게 하면 내 주변을 평안한 ‘태(泰)’의 관계로 채울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길은 기술이나 요령이 아닌, 마음가짐과 자세에 달려있다.

첫째, 나를 낮추는 겸손함이다. 태괘의 모습처럼,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먼저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에게 다가갈 때 소통의 물길이 트인다. 나의 지위나 생각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먼저 듣겠다는 자세, 이것이 바로 태괘의 핵심이다.

둘째, 진정한 경청과 공감이다. 우리는 흔히 ‘잘 들어주는 것’을 그저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경청은 판단이나 비판 없이 상대의 말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야말로 막힌 관계를 뚫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갈등 상황에서도 태괘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내 주장만 옳다고 고집하는 대신, “당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더 듣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순간, 꽉 막혔던 비(否)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태(泰)의 기운이 깃들기 시작한다. 네트워킹이나 인맥 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명함을 수집하듯 관계를 맺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진심으로 교류하며 서로에게 이로운 ‘태’의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오해와 갈등을 넘어서는 법


아무리 노력해도 관계가 꽉 막힌 ‘비(否)’의 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비괘는 하늘과 땅이 각자 제자리에만 머물러 생기는 문제다. 혹시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교만한 마음(하늘)이 나를 사로잡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상처받기 싫어 입을 닫아버리는 소극적인 마음(땅)이 문제의 원인은 아닌가? 이처럼 문제의 원인을 안에서 찾았다면, 역지사지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저 사람의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감정적인 대응을 피하고 이성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거나, 나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관계는 주역의 관점에서도 건강하지 않다.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괘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결정이다.


- 만남과 헤어짐의 지혜


인생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주역은 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새로운 만남을 대할 때는 항상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상대를 대할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시작을 ‘태’의 상태로 만드는 비결이다. 반면, 인연이 다한 관계를 마무리할 때는 건전한 이별의 기술이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흐지부지 끝내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은 ‘비’의 상태를 남긴다. 고마웠던 점을 표현하고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며 관계를 잘 매듭짓는 것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만남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특히 수많은 ‘친구’와 연결되는 SNS 시대에는 관계의 질을 성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나의 SNS 관계망은 진정한 소통과 지지가 오가는 ‘태’의 광장인가, 아니면 과시와 비교, 공허한 외침만 가득한 ‘비’의 공간인가? 양보다 질에 집중하여, 나의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하는 관계를 가꾸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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