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사랑과 결혼: 함께 살아가는 지혜
6장. 사랑과 결혼: 함께 살아가는 지혜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사랑만큼 우리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변화시키는 경험은 드물다. 한 사람을 만나 설레고, 마음을 나누며,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커다란 신비이자 축복이다. 하지만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은 왜 시간 앞에서 빛이 바래고, 영원할 것 같던 약속은 왜 현실의 벽 앞에서 흔들리는 걸까?
주역은 사랑을 두 가지 차원에서 바라본다. 첫 만남의 짜릿한 ‘감응(感應)’과, 그 감정을 일상 속에서 지켜나가는 ‘항상성(恒常性)’. 이것이 바로 함(咸)괘와 항(恒)괘의 지혜다. 이 두 괘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설렘을 사랑으로 키우고, 그 사랑을 평생 지켜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 함(咸)괘와 항(恒)괘: 설렘을 넘어 지속가능한 관계로
택산함(澤山咸)괘(☱☶)는 연애의 시작을 상징한다. 위에는 연못(☱, 젊은 여성)이, 아래에는 산(☶, 젊은 남성)이 있는 모습이다. 젊은 남성이 자신을 낮추어 젊은 여성에게 구애하니, 서로의 마음에 순수한 끌림과 감응이 일어나는 형상이다. 함(咸)이라는 글자는 ‘느끼다’라는 뜻의 감(感)에서 마음 심(心)자가 빠진 것으로,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닌 온 마음을 다해 서로에게 순수하게 이끌리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첫눈에 반했다’고 말하는, 가슴 뛰는 설렘의 단계다. 반면, 뇌풍항(雷風恒)괘(☳☴)는 오래 지속되는 부부 관계를 상징한다. 위에는 우레(☳, 장남)가, 아래에는 바람(☴, 장녀)이 있는 모습이다. 남편은 밖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고(우레), 아내는 안에서 부드럽게 내조하며(바람) 각자의 역할을 통해 가정을 지켜나가는, 성숙하고 안정된 관계다. 항(恒)은 ‘항상’이라는 뜻으로, 순간의 감정이 아닌 변치 않는 원칙과 도리를 의미한다. 뜨거운 설렘은 식었을지언정, 서로에 대한 신뢰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희로애락을 함께 헤쳐나가는 ‘지속가능한 사랑’의 단계다. 행복한 결혼은 함(咸)의 설렘으로 시작하여 항(恒)의 경지에 이르는 관계다. 많은 커플이 함(咸)의 감정이 식었을 때 사랑이 끝났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단계인 항(恒)으로 나아갈 시간이라는 신호일 뿐이다.
- 서로에게 감응하는 사랑의 시작
우리는 어떻게 진정한 끌림과 일시적인 호감을 구분할 수 있을까? 함괘의 지혜는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 일방적인 소유욕이 아니라, 상호적인 ‘감응’에 있음을 알려준다. 나만 좋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나로 인해 기쁨을 느끼고, 서로의 존재가 각자의 세계를 긍정적으로 확장시킬 때 비로소 건강한 사랑이 시작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과대포장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나의 장점뿐 아니라 약점과 부족함까지 솔직하게 드러내고, 상대방 또한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함괘는 순수한 감응이지만, 무질서한 방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건강한 연애 관계를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경계와 원칙이 필요하다. 이 원칙이 바로 뜨거운 ‘함’의 관계를 안정적인 ‘항’의 관계로 이끌어주는 튼튼한 다리가 된다.
- 권태를 이기고 항상성(恒)을 지키는 길
결혼 생활은 현실이다. 연애 시절의 설렘과 환상은 점차 일상의 무게에 자리를 내어주고, ‘권태’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기도 한다.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항(恒)의 항상성을 지킬 수 있을까? 항괘의 지혜는 ‘항상성’이 ‘멈춰있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항괘는 역동적인 우레와 부드러운 바람의 조합이다. 즉, 일상의 안정감(바람) 속에서도 새로운 자극과 변화(우레)를 추구해야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된다는 의미다. 함께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정기적으로 둘만의 데이트 시간을 갖는 등, 의식적으로 ‘함’의 설렘을 재충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갈등과 위기는 모든 관계에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극복하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문제를 덮어두지 않고 솔직하게 대화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을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시련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다. 또한 항괘는 ‘각자의 성장을 존중하는 길’을 제시한다. 진정한 항(恒)의 관계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독립된 인격체로서 성장하면서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서로에게 평생의 ‘학습 파트너’가 되어줄 때, 사랑은 권태를 넘어 평생의 우정으로 깊어질 수 있다.
- 배우자 선택과 행복의 지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평생의 동반자를 선택해야 할까? 주역은 이상적인 배우자상을 좇기보다, 나와 함께 ‘항(恒)의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라고 조언한다. 화려한 외모나 배경(함의 요소)보다는, 삶의 고난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성실함과 책임감을 갖추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의 차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모든 것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돈이나 자녀 교육과 같은 핵심적인 가치관이 너무 다르면 항(恒)의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차이를 인정하고 지혜롭게 조율해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아야 한다. 가정 경영과 역할 분담에 있어서도 항괘의 지혜는 유용하다. 남편은 밖에서, 아내는 안에서라는 낡은 성 역할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각자의 강점과 상황에 맞게 역할을 유연하게 분담하고, 서로의 노고를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항상성의 핵심이다. 사랑은 감정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함께 살아가는 지혜와 노력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