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낮은 목소리로 나를 지키는 법

6장. 화내지 않고 단호하게 말하는 기술

by 최동철

6장. 화내지 않고 단호하게 말하는 기술


이제 우리는 우리 마음의 소리를 듣는 법을 배웠고(4장), 그 소리를 바탕으로 나를 지키는 울타리를 어디에 세워야 할지도 알게 되었습니다(5장).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마지막 관문 앞에서 주저앉고 맙니다. 머릿속으로는 수없이 ‘안돼!’를 외치지만, 막상 입을 열어야 하는 순간 두려움이 발목을 잡습니다. 그 두려움은 우리에게 단 두 가지의 선택지만을 보여줍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삼키고 속으로 곪아가는 ‘수동적인 길’과, 참고 참다가 결국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공격적인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우리가 걸어가야 할 제3의 길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주장(Assertiveness)’이라는 길입니다. 자기주장이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나의 권리와 생각, 감정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건강한 소통 방식입니다.

수동(Passivity)적인 태도는 ‘나의 욕구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당신의 욕구만이 중요하다’는 태도입니다.

공격(Aggression)적인 태도는 ‘나의 욕구만이 중요하다, 당신의 욕구는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입니다.

자기주장(Assertiveness)적인 태도는 ‘나의 욕구도 중요하고, 당신의 욕구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태도입니다.


자기주장은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지혜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낮은 목소리’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이 낮은 목소리는 어떻게 낼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문장의 주어를 바꾸는 것입니다. 즉, 상대를 비난하는 ‘상대 중심-전달법(You-message)’이 아닌, 나의 상태를 설명하는 ‘나를 중심-전달법(I-message)’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에 늦었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상대 중심-전달법(공격): “너는 왜 맨날 늦어? 사람 기다리는 거 생각 안 해?”

나를 중심-전달법(자기주장): “(네가 늦어서) 네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내 시간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어.”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너’를 주어로 하는 말은 상대방을 비난하고 방어적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나’를 주어로 하는 말은 그저 나의 감정과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뿐입니다. 상대방은 당신의 ‘느낌’에 대해 반박할 수 없습니다. 비난의 화살이 아닌 정보를 전달할 때, 비로소 건강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원칙을 바탕으로, 우리가 가장 어려워하는 ‘거절’을 품위 있게 해내는 구체적인 표현들을 연습해 봅시다. 핵심은, 길게 변명하거나 과하게 미안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황 1: 직장 동료가 무리한 부탁을 할 때

나쁜 예: “아… 제가 지금 다른 일도 많고… 사실 오늘 약속도 있고 해서… 정말 죄송한데 어려울 것 같아요…” (나를 약자의 위치에 놓게 된다.)

좋은 예: “지금 바로 도와주긴 어렵겠네요. 제 업무를 먼저 마쳐야 해서요.” (나의 상황을 담백한 사실로 전달한다.)


상황 2: 원치 않는 약속이나 모임에 초대받았을 때

나쁜 예: “제가 그날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좋은 예: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아쉽지만 이번에는 참석하기 어렵겠어요.” (감사를 표현하되, 거절의사는 명확히 한다.)


상황 3: 원치 않는 조언을 계속 들을 때

나쁜 예: (어색하게 웃으며 침묵한다.)

좋은 예: “그렇게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 부분은 제가 충분히 고민해 볼게요.” (상대의 의도는 존중하되, 결정권은 나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처럼 화내지 않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연습이 필요한 ‘기술’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심장이 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용기를 내어 나의 경계선을 ‘낮은 목소리’로 표현하기 시작할 때, 당신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켜내는 진정한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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