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낮은 목소리로 나를 지키는 법

9장. 하루에 한 번, 나만의 방으로 들어간다

by 최동철

9장. 하루에 한 번, 나만의 방으로 들어간다


우리의 삶은 마치 쉴 새 없이 달리는 거대한 기차와 같습니다. 이 기차는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고, 우리는 매일 숨 가쁘게 이 칸들을 오가며 다양한 역할과 책임들을 수행합니다. 한 칸에서는 치열하게 업무를 처리하며 성과를 내야 하는 '업무 칸'의 우리가 됩니다. 또 다른 칸에서는 가족들과의 관계를 보살피고 사랑을 나누는 '가족 칸'의 우리가 되죠. 때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거리를 가득 싣고 덜컹거리는 '고민 칸'에 갇히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칸들을 정신없이 넘나들며 각 칸에서 요구하는 역할들을 수행해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 작은 덜컹거림에도 크게 휘청거리고 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지친 우리에게는 의식적으로 찾아가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 다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나만의 방'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 방은 물리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할 때면 즉시 들어갈 수 있는 내면의 안전지대이자 피난처입니다. 이 내면의 방을 만드는 것은 불안하고 지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를 돌보고 보호하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법입니다.


1단계: 삶이라는 기차 속, 나만의 휴식 칸 만들기

이제 당신만의 특별한 방을 직접 설계해 볼 시간입니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아보세요.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정감을 느끼는 장소를 마음속으로 떠올려봅니다. 그곳은 어떤 곳인가요?

따스한 햇살이 창을 통해 스며들고, 새들의 지저귐만이 들려오는 조용한 숲속의 아늑한 오두막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밀려왔다 사라지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한적한 바닷가일 수도 있죠. 갓 내린 신선한 커피 향이 가득하고, 좋아하는 책들이 빼곡히 꽂힌 나만의 서재를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푹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아늑하고 따뜻한 거실이 당신의 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최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입니다. 오감을 활용하여 그곳의 온도는 어떤지, 어떤 종류의 향기가 나는지,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발밑에는 어떤 감촉이 느껴지는지 등을 상세하게 상상해보세요. 이 이미지가 선명하고 구체적일수록, 우리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실제로 그 평화로운 공간에 있는 것처럼 깊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의 '마음의 휴식 칸'입니다. 이곳은 오직 당신만을 위한, 완벽한 안식처입니다.


2단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내면의 안전지대 구축하기

이제 당신만의 내면의 방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중한 방에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요? 바로 '나만의 입장 신호'를 만드는 것입니다. 일종의 마법 주문이나 비밀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하죠. 아주 간단하고 짧은 행동이면 충분합니다. 이 신호는 당신의 뇌에게 "지금부터 나는 모든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나의 안전지대로 들어갑니다"라고 알려주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눈을 지그시 감고 코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입으로 천천히 내쉬는 심호흡을 세 번 반복하는 것.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가만히 얹고 나의 고요한 심장박동을 느끼는 것.

'괜찮아', '평온', '안정'과 같이 당신의 마음을 즉시 안정시키는 단어를 조용히 떠올리거나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

이 신호는 감정의 파도가 거세게 밀려오거나, 분노 스위치가 켜지려 할 때, 혹은 불안감이 엄습할 때 재빨리 사용할 수 있는 비상 탈출구입니다. 이 신호를 보내 당신의 방으로 즉시 들어가세요. 그 고요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감정들이 서서히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칠 때 안전한 집 안으로 피하는 것처럼요.


3단계: 스스로를 돌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이 내면의 방은 단순히 위급할 때만 찾아가는 '비상 대피소'가 아닙니다. 이 책의 제목인 '하루에 한 번, 나만의 방으로 들어간다'처럼, 평온할 때 미리 찾아가 에너지를 충전해두는 '예방 정비'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미리미리 충전해두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 배터리도 고갈되어 탈진하기 전에 수시로 충전해주어야 합니다.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 단 1분,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난 후 3분, 잠자리에 들기 전 5분. 이렇게 짧은 시간이라도 정기적으로 나만의 방을 찾아 머무는 습관은 당신의 마음에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코어 근육'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는 타인에게 기대거나 외부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나의 평화와 행복은 내가 직접 만들고 지키겠다는, 가장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기 돌봄의 실천입니다.

당신의 삶이라는 기차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달릴 것입니다. 때로는 순탄하게, 때로는 거친 흔들림 속에서 말이죠. 하지만 당신에게 언제든 돌아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단단하고 아늑한 '나만의 방'이 있다면, 당신은 더 이상 그 흔들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그 여정을 훨씬 더 여유롭고 지혜롭게 즐길 수 있는, 당신의 삶이라는 기차의 진정한 주인이 될 것입니다. 이 방은 당신이 어떤 외부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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