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어느 ‘화병 앓이’의 고백
솔직히 고백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향해 말을 건네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 이 모든 글은 저 자신을 위해 써 내려간 일종의 ‘치유 일기’이자 간절한 ‘주문’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화병(火病)’을 앓았습니다. 명치끝에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얹혀 있는 것처럼 늘 답답했고, 사소한 일에도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매일 화를 내고, 매일 밤 후회했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웃고 있었지만, 제 속은 타다 남은 재처럼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첫 이름은 『내가 호구로 보이지 라는 말을 하는 순간 나는 호구가 된겁니다』였습니다.
그것은 당시 제 마음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날것 그대로의 비명이었습니다. 세상에 대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 자신에게 대고 처절하게 외치고 있던 질문이었으니까요. 그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저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었습니다. 상처는 상처로 드러내야만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글을 써 내려가며, 제 안의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멈춤을 배우고, 경계선을 그리며, 나만의 방을 만들면서 저는 더 이상 세상의 시선에 제 전부를 내맡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지어주었던 그 첫 이름을 바라보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문득 깨닫게 된 것입니다. ‘호구’라는 단어를 표지에 새기는 순간, 제 아픈 손가락 같은 이 책 역시 세상의 ‘호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과거의 상처를 이름으로 가진 책은 영원히 그 상처에 갇혀 신음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것은 제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문제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행위의 반복이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기로 결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치유와 성장의 기록인 이 책 또한 그래서는 안 되었습니다. 제목을 바꾸기로 한 결정은, 제가 이 책을 쓰며 배운 것들을 제 삶에서 실천한 첫 번째 용기였습니다. 화내거나 소리치는 대신,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내린 조용하고 단호한 결단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책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나를 지키는 법』. 이것은 과거의 질문이 아닌, 미래를 향한 다짐입니다. 이제 저는 압니다. 분노라는 감정은 여전히 찾아오지만, 그 감정에 지배당하는 대신 그 신호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매일 화만 내던 제 자신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혹시 당신도 저처럼 매일같이 솟구치는 화 때문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이 책이 당신 자신을 위한 다정한 주문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이 글들이 당신의 상처를 보듬고, 당신의 지친 마음에 작은 쉼터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는 완벽한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평온한 사람,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조금 더 가까운 친구가 될 수는 있을 겁니다. 그 길 위에서, 저의 이 고백이 당신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