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雪國)의 새벽, 오직 나의 발자국만 남기며

달빛이 눈에 스며든 시간, 나를 마주하는 발바닥 명상

by 최동철

2025년 12월 5일 새벽 3시 30분. 산을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산으로 향했습니다. 어제 내린 눈으로 온 산이 하얗게 뒤덮여 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 길과 길 사이가 온통 순백색입니다. 마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설국(雪國)’에 들어선 기분입니다. 기존의 세상은 지워지고, 태초의 고요만이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듯합니다.


다행히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아 성큼성큼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조심스럽습니다. 발바닥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 덮인 대지를 딛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지만, 바람이 잠든 새벽이라 견딜 만한 추위입니다. 오히려 이 서늘함이 머릿속을 맑게 씻어내는 듯합니다.


뒤를 돌아보니 하얀 융단 위에 오로지 나의 발자국만 선명합니다. 간혹 눈을 즐기러 나온 고라니의 발자국이 드문드문 섞여 있지만, 그것은 자연의 작은 흔적일 뿐. 이 광활한 설산에 나 홀로 존재하는 듯한 절대적인 고독감이 밀려옵니다. 외로움이 아닙니다.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는 충만함입니다.


고개를 드니 휘영청 밝은 달이 세상을 비춥니다. 달빛이 하얀 눈에 반사되어 산중은 마치 한낮의 태양 아래 있는 듯 환합니다. 어둠을 밀어낸 그 빛 속에서 마음의 어두운 구석까지 환해지는 기분입니다.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이번 주 해야 할 업무들을 잘 끝내둔 덕분인지, 마음에도 몸에도 여유가 깃듭니다. 산에서 느낀 이 고요와 평화가 오늘 하루를 지탱해 줄 것입니다. 눈 밟는 소리만큼이나 또렷하게, 오늘 하루도 성실히 살아가겠노라 다짐해 봅니다.

눈 덮인 세상에 찍힌 내 발자국처럼, 오늘이라는 시간 위에 나만의 궤적을 뚜렷하게 남기는 하루가 되기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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