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안개비 속에서, 마음의 봄을 걷다

세월은 나를 어른으로 만들고, 나는 세상을 꿈꾼다

by 최동철

2025년 12월 17일, 새벽 3시 28분.
어제 내린 비가 산에 쌓였던 눈을 녹였습니다.
집을 나서는데 얼굴에 닿는 안개비가 차갑기보다는 마치 봄비처럼 부드럽게 흩날립니다. 우산도 필요 없는, 그저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도 충분히 포근한 새벽입니다.

산길을 내려가는 발끝에 닿는 땅의 감촉이 놀랍도록 부드럽습니다.
날이 조금만 추웠어도 꽁꽁 얼어붙어 미끄러웠을 흙길이, 오늘은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발바닥을 받아줍니다. 12월의 한복판에서 만난 이 의외의 온기 덕분에, 걷는 내내 마치 봄날의 산책길을 걷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땅이 부드러우니 마음의 긴장도 스르르 풀리는 기분입니다.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참으로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불안하고, 많으면 많은 대로 코피를 쏟을 만큼 버거운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하지만 폭풍우 같았던 이틀을 보내고 맞이한 오늘 수요일의 새벽은 '쉼표' 같습니다.
삶은 참 다채롭습니다.
힘들 때가 있으면 쉬울 때가 있고, 벅찰 때가 있으면 또 이렇게 견딜만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 반복되는 리듬이 나를 단련시켜 온 것이겠지요. 어린 시절에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렸던 마음이, 이제는 어떤 일이 닥쳐도 덤덤하게 해내는 '굳은살'이 배긴 것을 느낍니다.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여린 아이 같은데, 흐르는 세월은 어느새 저를 단단한 어른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촉촉한 산길을 내려오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거창한 변화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하면 세상에 한 줌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이 새벽, 부드러운 흙길 위에서 얻은 평온한 에너지를 세상으로 가져가려 합니다. 안개비가 메마른 땅을 적시듯, 저 또한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힘차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음은 여려도 발걸음은 단단하게. 그것이 제가 어른이 되어가는 방식입니다.


#발바닥명상 #새벽산책 #마음챙김 #어른의성장 #인생의리듬 #새벽3시 #자연치유 #세상을향한질문

작가의 이전글1년의 24조각,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