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남은 2025년, 발바닥으로 생(生)의 매듭을 만지다
2025년 12월 22일, 새벽 3시 29분.
며칠 만에 다시 산에 올랐습니다. 흙내음이 섞인 차가운 새벽 공기가 콧속으로 훅 끼쳐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가족과의 시간, 지인들과의 모임, 그리고 먼 길을 떠나는 친구의 배웅과 갑작스러운 조문까지... 일상을 벗어난 시간은 마치 꿈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쉼의 시간은 왜 이토록 가속도가 붙는 걸까요.
오랜만에 밟는 새벽 산의 흙길은 여전히 묵직합니다. 발바닥에 닿는 차가우면서도 단단한 땅의 감촉이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줍니다. 며칠간 공중에 붕 떠 있던 내 영혼이 이제야 다시 대지에 뿌리를 내리는 기분입니다.
이제 2025년도 딱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문득 걷다 보니, '시간'이라는 것이 참 묘하게 다가옵니다. 시간은 본래 쉼 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은데, 우리는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기준으로 하루를 만들고, 별자리의 운행에 맞춰 1년이라는 매듭을 지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그 1년이라는 시간의 묶음을 차곡차곡 쌓아 '나이'를 셉니다. 어떤 이는 그 묶음이 두툼하고, 어떤 이는 안타깝게도 얇습니다. 최근 들려온 잦은 부고 소식에 발걸음이 잠시 무거워집니다. 그분들 또한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을 텐데, 생의 길이는 인간의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정해진 운명인 듯도 하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운명인 듯도 한 이 알 수 없는 생의 신비 앞에, 인간은 그저 겸허해질 뿐입니다.
하지만 땅을 딛고 선 저는 오늘 다시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엽니다. 어찌 되었든 살아있는 우리는 오늘을 걸어야 하니까요.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대지의 에너지를 느끼며,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이 두 다리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남은 열흘.
이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잘 갈무리하려 합니다. 지나간 슬픔과 아쉬움은 뒤로 흐르는 시간에 흘려보내고, 다가올 새해를 위한 단단한 계획을 세워봐야겠습니다. 어둠이 걷히고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빛처럼, 우리의 끝맺음도, 그리고 새로운 시작도 아름답기를 바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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