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발걸음, 앞서가는 마음을 다독이다

차가운 새벽바람 속에서 찾는 '온전한 하루'

by 최동철

어제는 유난히 귀가가 늦었습니다. 짧은 쪽잠으로 몸을 깨워 산에 올랐을 때, 시계는 이미 새벽 3시 31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늦은 출발과 늦은 발걸음은 자연스레 조급함을 등에 업고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산에서 내려가는 길, 문득 제 발걸음을 봅니다. 마음은 벌써 산 아래 오늘 마주할 산더미 같은 일들 속에 가 있는데, 정작 제 발은 평소보다 훨씬 무겁고 느릿합니다. "오늘도 일이 많은데, 더 서둘러야 해."라는 마음의 소리와 차가운 새벽바람이 제 뺨을 때리며 정신을 깨웁니다.


온전히 발바닥에 닿는 감각에 집중해 봅니다.

며칠째 이어진 한파 때문인지 산길의 흙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내 마음은 이미 오지도 않은 오늘의 업무 시간에 가 있지만, 내 발바닥은 '지금 여기' 얼어붙은 흙길 위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양자역학에서는 관찰자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상태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제가 조급함이라는 렌즈로 오늘을 보면 오늘은 '쫓기는 하루'가 되겠지만, 발바닥에 닿는 이 단단한 대지의 감촉을 관찰하며 걷는다면 오늘은 '뿌리 깊은 하루'가 될 것입니다.

비록 몸은 피곤하고 갈 길은 멀지만, 금요일이라는 안도감이 마음 한구석에 작은 여유를 선물합니다. 오늘 낮에는 추위가 조금 풀린다고 합니다. 우리 삶의 무게도 이 새벽바람처럼 잠시 매섭게 몰아치다, 결국은 따스한 볕 아래 녹아내릴 것임을 믿습니다.

"오늘 하루도 멋지게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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