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포기하고 얻은 마음의 평온
2026년 1월 13일, 새벽 3시 18분.
온 세상이 하얗게 내려앉은 새벽입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평소와 다릅니다. 어떤 곳은 이미 녹아 질척이고, 어떤 곳은 아직 때 묻지 않은 눈이 포근하게 쌓여 있습니다. 산으로 향하는 길, 공기는 어제보다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살을 에던 추위가 물러난 자리에 고요한 평온이 들어차 있습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눈앞에 '하얀 세계'가 펼쳐집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위에 오직 나의 발바닥으로 첫 문장을 써 내려가는 기분. 그 설렘과 즐거움은 새벽 산책을 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환하게 빛나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산 중턱에 다다랐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평소의 목적지를 목전에 두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산으로 향하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 집 앞, 이웃들이 아침에 마주할 눈 쌓인 길입니다. '시간이 지나 해가 뜨면 누군가는 치우겠지', '자연이 알아서 녹여주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막연한 '누군가'가 바로 '나 자신이'되기로 했습니다.
주역에서는 만물의 변화와 조화를 강조합니다. 산 정상에 닿으려는 '나만의 욕심'을 내려놓고, '공동체를 위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 또한 내 안의 마음을 조화롭게 맞추는 변화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상에 서는 성취감보다, 집 앞을 쓸며 이웃의 미소를 상상하는 마음이 오늘의 제 발바닥을 더 가볍게 만듭니다. 눈 덮인 산에 대한 미련은 딱 여기까지. 이제 저는 집으로 돌아가 빗자루를 잡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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