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산에서 깨닫는 '멈춤'의 미학

수요일의 쉼표, 얼어붙은 길 위에서 발견한 온기

by 최동철

2026년 1월 14일 새벽 3시 32분. 세상이 가장 깊게 잠든 시간, 저는 오늘도 산의 품에 안깁니다.

집을 나서며 어제 정성스레 집 앞 눈을 쓸어낸 덕분에 마주한 깨끗한 길은, 마치 물 청소를 마친 것처럼 제 마음을 맑게 해주었습니다.


하얗게 눈으로 덮인 산길은 평소보다 완강하게 제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도착. 하지만 서두르지 않습니다. 미끄러운 길 위에서 비로소 '발을 내딛는 것' 그 자체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됩니다.


장갑을 꼈음에도 손끝이 아릴 정도로 매서운 추위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발바닥은 그 어느 때보다 깨어있습니다. 미끄러운 눈길을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마찰력, 차가운 눈 아래 숨어 있는 단단한 대지의 질감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주역(周易)에는 '간(艮)' 괘가 있습니다. 머무름과 멈춤을 뜻합니다.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제때 멈추는 지혜입니다. 오늘 저는 일주일의 한가운데인 수요일을 맞아, 모든 약속을 뒤로하고 이른 귀가를 결정했습니다.


오늘 '쉼'이라는 선택은 남은 한 주일을 단순한 흐름이 아닌 '충만한 삶'으로 해줄 것입니다. 때로는 분주한 일상을 멈추고 내면의 취미와 마주하는 시간이, 인생이라는 궤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듭니다.


때로는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리기보다, 미끄러운 눈길 위에서 잠시 속도를 줄이고 일주일의 하루 나 자신에게 '쉼'이라는 작은 선물을 건네는 여유가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조심조심, 하지만 당당하게 오늘 하루를 딛고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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