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 달빛, 그리고 어제의 피로를 딛는 발걸음

입춘 뒤의 가벼운 추위,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온기

by 최동철

새벽 3시 31분.

세상이 모두 잠든 시간, 저는 다시 산에 올랐습니다. 하늘은 두터운 구름에 가려져 제 앞길을 쉽게 내어주지 않지만, 저 멀리 산 너머 기울어가는 달만이 구름 틈새로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저의 길동무가 되어줍니다.

어제의 피로가 발바닥 끝에 묵직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한 주의 시작이었던 월요일, 바쁜 업무와 늦은 귀가로 몸은 천근만근입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피로 역시 내 삶의 역동적인 증거이며, 대지와 맞닿는 순간 다시 순환될 에너지라는 것을 말입니다.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의 이치처럼, 피로가 극에 달한 지점에서 저는 다시 회복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어제와는 사뭇 다릅니다.

입춘을 지나 찾아왔던 맹추위가 기세를 꺾었습니다. 살을 에던 칼바람 대신, 이제는 피부를 기분 좋게 자극하는 '가벼운 추위'가 느껴집니다. 차가운 흙의 감촉은 정신을 맑게 깨우고,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대지의 기운은 어제의 업무 스트레스를 서서히 밀어냅니다.


양자역학적으로 본다면, 저와 이 땅은 서로 관찰하고 반응하며 끊임없이 에너지를 주고받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딛는 한 걸음이 대지에 진동을 전하고, 그 대지는 다시 저에게 살아갈 힘을 건넵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산을 내려갑니다. 마음은 조급함보다 오히려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뛰어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지만, 새벽 산에서 얻은 이 평온함이 저의 든든한 옷이 되어줄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저만의 속도로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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