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마음 속도 몸의 속도

봄의 기운, 그리고 수요일의 쉼

by 최동철

2026년 2월 11일, 수요일 새벽 3시 32분.

오늘도 어김없이 산을 오르며 하루의 문을 엽니다. 하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리듬입니다.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는 시간이 자꾸만 늦어지는 것을 보니, 그간의 피로가 몸속에 켜켜이 쌓였나 봅니다.


마음은 바쁘게 정상에 닿았지만, 도착 시간은 평소보다 2분이나 더 걸렸습니다.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때(時)'와 '중(中)'의 원리를 떠올려 봅니다. 내 마음의 욕심은 앞서가려 하나, 정직한 육체는 지금의 상태를 고스란히 하산 시간으로 보여줍니다. 발바닥에 닿는 흙의 무게가 오늘따라 유독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였습니다.


입춘이 지나서 일까요? 발끝에 닿는 땅은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차가운 눈 대신 대지를 적신 비는 이미 우리 곁에 봄이 와 있음을 속삭입니다. 장갑을 벗어도 손끝이 시리지 않은 포근한 공기 속에서, 자연은 서두르지 않고도 제때를 맞춰 계절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이라는 긴 호흡을 완주하기 위해선, 수요일이라는 지점에서 잠시 숨을 골라야 합니다.

저 또한 오늘 '쉼'이라는 결정을 내립니다. 숨가쁘게 몰아붙이기보다, 조금 일찍 귀가하여 몸과 마음의 조화를 맞추려 합니다.


오늘 저는 이 포근한 새벽 공기를 만끽하며, 힘차게 하지만 무리하지 않는 걸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자연은 정직합니다. 비가 오면 봄이 오고, 몸이 무거우면 걸음이 늦어집니다. 이 당연한 이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명상의 시작임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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