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두 조각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부지런히 여유롭기
새벽 4시45분. 평소보다 늦은 시각, 하지만 마음의 보폭은 그 어느 때보다 넓고 여유롭습니다. 오늘부터 시작될 일주일간의 지방 일정을 앞두고, 어젯밤 저는 미리 허락된 '여유'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평소보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난 한 시간의 사치. 그 작은 틈이 일상의 팽팽한 긴장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줍니다.
산에 오르니 비로소 느껴지는 흙의 기운이 사뭇 다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터운 장갑 속 손끝이 곱아 터질 듯한 추위가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는데, 오늘 마주한 새벽 공기는 참으로 다정합니다.
산등성이를 타고 흐르는 바람에는 날 선 차가움 대신, 보드라운 습기와 온기가 섞여 있습니다. 한낮의 태양이 만든 봄이 아니라, '이른 새벽의 봄'이 시작된 것입니다. 굳이 두꺼운 옷을 여미지 않아도, 발바닥이 지면을 누를 때마다 대지가 품고 있는 생명력이 발등을 타고 흐릅니다. 어느덧 1년이라는 열두 조각 중 두 조각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눈 깜짝할 새 임을 느낍니다.
몸은 지방으로 향하며 분주히 움직이겠지만, 마음만은 이 새벽 산길처럼 고요하고 부지런하게 배움의 씨앗을 뿌리려 합니다.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지금 이 순간 내딛는 발걸음 하나에 온전히 깨어있는 것뿐입니다.
오늘도 저는 아주 여유롭게, 그리고 단단하게 명상을 즐겼습니다. 그러나 '여유'는 게으름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응축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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