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허리, 수축과 이완으로 빚어낸 나이테

발바닥이 깨우는 삶의 지혜: 일과 쉼의 이진법

by 최동철

새벽 3시 27분. 잔뜩 흐린 하늘, 비 예보를 품은 눅눅한 공기가 산길을 덮고 있습니다. 모두가 잠든 이 고요한 시각, 저는 어김없이 차가운 대지와 마주합니다. 일주일 중 '허리'인 수요일에, 저의 발바닥 명상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차가운 흙이 전하는 팽팽한 긴장, 그리고 이완을 느낍니다. 첫발을 내디디면 발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자극은 잠들었던 세포를 깨우는 '기분 좋은 수축'이 됩니다. 문득 올해 초의 다짐이 떠오릅니다. 수요일만큼은 몸에게 온전한 쉼을 선물하려 했건만, 밀려드는 일상 속에서 그 약속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책하는 대신 새로운 지혜를 발바닥에 새기기로 했습니다. 통째로 쉬지 못한다면, 하루의 마디마디에 '찰나의 쉼'을 심어두기로 말입니다.


"인생은 수축과 이완의 반복입니다"

발바닥이 지면을 누를 때 근육은 수축하고, 다음 발걸음을 위해 발을 뗄 때 근육은 이완됩니다. 우리네 삶도 이와 같습니다. 음양(陰陽)처럼 밀어내고 당기는 리듬이 있어야 존재는 유지됩니다. 계속 수축만 하면 부러지고, 계속 이완만 하면 무너집니다.


일이라는 긴장 뒤에 쉼이라는 이완을 배치하고, 다시 그 휴식 끝에 일의 활력을 채워 넣습니다. 해가 바뀔수록 몸은 조금씩 무거워지고 게으름이 고개를 들기도 하지만, 발바닥에 닿는 이 단단한 감각이 저에게 말해줍니다. "지혜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조금씩, 하지만 분명하게 쌓이고 있다"고 말입니다.


오늘도 저는 이 흐린 새벽 산길 위에서 삶을 배웁니다. 비록 몸은 예전 같지 않아도, 마음의 나이테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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