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아래 내리는 뿌리, 지루함이라는 '더딘 시간'에 대하여
2026년 3월 19일 목요일, 새벽 3시 29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어제 내린 비가 세상을 씻어낸 덕에, 북두칠성이 유난히 또렷하게 다가옵니다. 한쪽엔 맑은 별빛이, 다른 한쪽엔 낮은 구름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 신비로운 새벽길을 내려섭니다.
늦은 귀가와 짧은 쪽잠. 무거운 몸은 산을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맑아집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고, 발바닥으로부터 흙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아냅니다.
어느덧 올해도 3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무엇을 이루었나' 하는 조바심이 고개를 들기도 합니다.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화려한 꽃이나 무성한 잎은 아직 보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오늘 새벽, 발바닥에 닿는 대지의 기운을 느끼며 저는 '대나무의 인내'를 떠올립니다.
대나무는 땅 위로 솟아오르기 전, 수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를 넓게 퍼뜨립니다. 그리고 일단 자라기 시작하면 하루에 30cm 이상 자라납니다. 지금 제 삶도 그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겉으로 보기엔 정체된 것 같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반복이지만, 발바닥이 닿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제 인생의 뿌리는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뿌리를 내릴 시간이지, 세상 밖으로 보일 시간이 아닙니다." 이 깊고 더딘, 어쩌면 지루하기까지 한 '축적의 시간'을 저는 기꺼이 즐기기로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성장이 가장 단단한 법이니까 말입니다. 오늘 하루도 제 마음의 토양에 깊은 뿌리 한 줄기를 더 내립니다. 바로 지금 가장 치열하게 '축적'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도 그 귀한 축적의 시간을 위해 뛰겠습니다.
#발바닥명상 #최동철의새벽사색 #축적의시간 #마음챙김 #뿌리내리기 #인생에세이 #새벽산책 #대나무의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