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비로소 터지는 꽃망울처럼

가장 완벽한 쉼: 대지의 심장소리에 발을 맞추는 일

by 최동철

어제는 한 해의 안녕을 고하는 시산제(始山祭)가 있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과 주거니 받거니 나누었던 술잔 속에는 사람 냄새 나는 정이 가득했습니다. 해가 질 때까지 이어진 떠들썩한 온기를 뒤로하고, 오늘 아침 저는 다시 홀로 산을 찾았습니다.


2026년 3월 22일, 오전 8시 27분. 평소보다 조금 늦은 아침이지만, 덕분에 산은 이미 황금빛 햇살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제의 흥취로 조금은 가라앉았던 목소리가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의 감촉을 타고 전신으로 깨어납니다. 겨울의 단단함을 뚫고 올라오는 봄의 생명력이 발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산자락 집 앞 나무들엔 벌써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피었습니다. 산 위로 올라올수록 금방이라도 '톡' 하고 터질 듯한 꽃망울들을 보니, 자연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이 봄을 준비해왔음을 깨닫습니다.


쉼은 멈춤이 아니라, 다음 도약을 위한 응축의 시간입니다. 최근 휴일마다 쉼 없이 약속이 있던 저에게, 오늘 산이 건네는 위로가 됩니다. 극에 달하면 변화가 찾아오듯, 꽉 찬 활동 뒤에는 반드시 고요한 비움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저는 모든 약속을 뒤로하고 오직 저 자신과 이 산에게만 시간을 내어주기로 했습니다.


따스한 햇살, 간지러운 바람,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산행은 그 자체로 쉼이 됩니다. 오늘의 이 충분한 휴식이, 내일부터 다시 힘차게 달려 나갈 저의 '뿌리'가 되어줄 것을 믿습니다.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의 그 팽팽한 설렘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오늘의 명상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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