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새벽, 진달래가 깨운 다른 차원의 문

발바닥으로 읽는 계절의 경계: 3월의 끝자락에서

by 최동철

2026년 3월 30일, 새벽 3시 26분. 지방 일정과 가족 여행으로 분주했던 일주일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다시 새벽산의 정적이 차올랐습니다. 흐린 하늘 아래, 저는 다시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대지의 질감을 마주합니다. 오랜만에 닿는 흙의 촉감은 다정합니다. 눅눅한 흙 내음과 매끄러운 바위의 감촉은 저를 순식간에 일상의 소란에서 분리해 '다른 차원'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이곳은 도시의 시간과는 다르게 흐르는, 오직 나만의 고요한 세계입니다.


숲은 아직 깊은 회색빛 흑백 영화 같습니다. 하지만 그 무채색의 풍경 속에서도 유난히 자기 빛을 잃지 않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길 좌우로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그 분홍빛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꽃길 사이를 거닐다 보면, 마치 현실과 꿈의 경계를 걷는 듯한 묘함을 느낍니다.


문득 귀를 기울여 포근해진 공기를 타고 이름 모를 산짐승들의 소리를 듣습니다. 겨울의 응축된 음(陰)의 기운이 물러가고 만물이 깨어나는 양(陽)의 생동감이 발바닥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전해집니다. 식물도, 동물도, 그리고 저 또한 이 거대한 봄의 순환 속에 함께 숨 쉬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제 3월도 단 이틀뿐입니다. 곧 다가올 4월은 아침의 봄과 낮의 여름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시간이 되겠지요.
오늘 제 앞에는 매서운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벽산이 선물한 이 봄 기운을 품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고, 수행하듯 오늘을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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