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운 길 위에서 중심을 잡다: 1분기를 끝마치는 새벽 사색
2026년 3월 31일, 새벽 3시 28분.
세상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지만, 저는 오늘도 어김없이 숲길 위에 서 있습니다. 어제부터 흩날리던 봄비는 어느새 제법 굵어졌고, 날카로운 바람은 손에 쥔 우산을 금방이라도 낚아챌 듯 사납게 몰아칩니다. 짧은 잠을 뒤로하고 나온 새벽, 몸은 조금 무거워도 마음만큼은 부지런히 깨어납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고 그 위로 봄비가 스며드니, 길은 무척이나 질척이고 미끄럽습니다. 조심스레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진흙이 발바닥을 무겁게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집니다. '미끄러짐'과 '지탱함'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평소보다 더 세밀하게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이 미끄러운 찰나의 감각이 오히려 제가 '지금, 여기'에 있음을 강렬하게 일깨워줍니다.
오늘은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되돌아보면 지난 3개월, 참 부지런히도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발바닥에 닿는 이 축축한 흙의 감촉처럼, 마음 한구석에는 다 털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진흙탕처럼 남아있기도 합니다.
주역(周易)에서 '수(水)'는 지혜를 뜻하지만, 때로는 험난한 고난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오늘 제가 걷는 이 미끄러운 빗길은 어쩌면 4월이라는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거쳐야 할 정화의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발바닥이 땅을 밀어내며 한 걸음씩 나아가듯, 지난 3개월의 아쉬움 또한 저를 밀어 올리는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우산이 뒤집힐 정도의 강풍 속에서도 숲의 나무들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비바람 속에서 3월을 잘 배웅하려 합니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그러나 멈추지 않고 걷는 이 마음으로 다가올 4월과 새로운 분기를 맞이하겠습니다.
오늘의 이 눅눅한 공기와 발바닥의 긴장감이 내일의 찬란한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되길 소망하며,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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