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생각한 일의 기쁨
그는 시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해서는 별반 가르치지 않았다. 그 대신 그가 강조한 것은 ‘왜’ 쓰는가였다. 바로 기쁨 때문에 쓰는 것이다. 그 완고한 즐거움 때문에 쓰는 것이다. — 엘리자베스 길버트, <빅 매직>
몇 년 전에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빅 매직>. 이미 한 번 완독했지만, 생각날 때마다 종종 꺼내보는 책 중 하나다.
요즘 다시 이 책이 떠올라서 처음부터 읽어나가다가 위 문장을 마주했다. 갑자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를 ‘일’로, 그리고 ‘쓰다‘를 ’하다‘로 바꿔 보고 싶었다.
그는 일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별반 가르치지 않았다.
그 대신 그가 강조한 것은 왜 하는가였다.
바로 기쁨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 완고한 즐거움 때문에 하는 것이다.
가끔 생각한다. 우리는 왜 일을 할까. 돈을 벌기 위해? 틀린 말은 아니다.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혹은 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버는 가장 일반적 수단이 일이니까.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한다고 말하기에는, 내가 일을 통해 느끼고 배우고 얻는 게 너무 많다.
나는 일을 통해 실패도, 성공도 경험한다. 몰입과 소진, 환희와 좌절을 경험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과 동료라는 이름으로 관계 맺고, 의견을 조율하여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아집을 버리고, 그 위에서 더 넓은 가능성을 마주하게 하는 것도 일이다. 일은 내가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나 스스로 인정할 만한 고유함과 탁월함을 갖추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게 한다.
사실 그러고 보면 지금 말한 모든 순간에 내가 생각하는 ‘일의 기쁨‘이 있다. ‘완고한 즐거움’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토록 다채로운 경험과 감각들을 내 안에 차곡차곡 누적시키는 ‘일’.
아무리 미워하고 멀리하려 애써도, 어느샌가 일 앞으로 슬그머니 돌아와 있는 나를 발견하는 이유는 거기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