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5개월 차 주니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의 조건
최근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리더십'인 것 같다. 회사 안팎에서 다양한 리더와 일하다 보니,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ANTIEGG라는 팀의 브랜드 디렉터로 합류하다 보니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대체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그래서 오늘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느낀 좋은 리더의 조건을 공유해볼까 한다.
실무자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걸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한다. 일의 목적과 기대 성과를 말하고 과정은 ‘맡겨야’ 하는데, 1~100까지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길 바라며 감시하고 지적한다면 진이 빠질 수밖에 없다. 예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마이크로 매니징은 ‘신뢰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이 사람 지금 똑바로 하고 있는 거 맞나? 내 도움 없이도 잘할까? 관심과 의심은 명백하게 다르며, 좋은 리더는 그 둘을 구분할 줄 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좋은 리더는 실무자의 일에 A부터 Z까지 간섭하며 마이크로 매니징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의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가 하는 일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가져오는지 끊임없이 말한다. 동기를 부여한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라. 그들에게 업무와 일을 할당하려고 하지도 마라. 그저 바다에 대한 끝없는 동경을 품게 하라"는 생텍쥐페리의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팀원에게 신뢰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은 무수히 많다. 직접적인 말로도 가능하겠지만, 비언어적 방식이 좀 더 강력하다. 일을 주고 난 후 계속해서 확인하거나 닦달하지 않는 것. 팀원이 결과를 낼 때까지 믿고 있는 것. 방치가 아닌, 신뢰한다는 의미의 기다림 말이다.
앞서 말했듯 좋은 리더는 신뢰를 바탕으로 의도적인 무신경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팀원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확실히 서포트한다. 업무 상 어려움을 겪을 때, 고민이 있어 보일 때, 의사결정권자로서 확실한 결정을 내려줘야 할 때 등. 팀원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나서서 도와준다. 물길이 잘 흐를 수 있도록, 필요한 때에 나타나 막힌 곳을 뚫어주는 존재. 그게 좋은 리더 아닐까?
팀원이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을 때, 좋은 리더는 다시 방향을 잡아준다. 핵심으로 돌아오게 한다. 그 과정에서 팀원의 감정이 상할 것을 고려하며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확실하게 피드백한다. 단 그 피드백이 의도한 성과를 내고 임팩트를 만들기 위함이지, 절대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한다.
제곧내. 늘 귀감이 된다는 것과는 다르며, 그보다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합치시키려 노력한다는 것에 가깝다. 기분이 안 좋다고 다른 사람처럼 군다거나, 상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어떻게 그 리더를 믿고 따르겠는가.
팀원들 간에 늘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의심해봐야 한다.) 어떤 방향이 최선일지 각자의 생각을 치열하게 나누고, 설득하는 과정이 때로는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불확실성과 기회비용이 따르는 법. 리더는 때로 과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여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다. 모든 팀원의 의견을 수용하려다가 어떤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건 최악이다.
이견이야 있을 수도 있고, 시간이 가면서 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좋은 리더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좋은 리더를 만나는 것도,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노력이 결과를 바꾼다는 것.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을 새기며, 난 앞으로 어떤 리더로 성장하고 싶은지, 어떤 리더는 되고 싶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그런 계기를 마련했다면 더없이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