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의작은 오두막집카바 농과제주집

땅에 집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며..

by 최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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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는 말년을 4평 남짓한 작은 별장 카바농에서 보냈다.

그가 바다 수영 중 별세한 장소도 그곳 지중해변의 작디작은 카바농에서다.

카바농은 불어로 작은 오두막을 뜻하는 말이다.


cabanon [kabanɔ̃]
1. [옛] (정신병자의) 감금실, (죄수의) 독방 2. [지방어:프로방스] 작은 별장
3. (도구·연장을 넣어 두는 작은) 오두막, 사냥용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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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며 기념비적인 건물과 주택을 남겼던 그가, 인생의 마지막 보금자리로 선택한 집이 작고 좁은 카바 농이라는 사실은 감동을 준다.


얼마 전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카바농보다는 훨씬 크지만 그리 넓다고는 하지 못할 시골 마을 밭 한편의 감귤창고를 닮은 집에서 며칠을 지내다 왔다.
여행 초반에 묵었던 고급 리조트 호텔과는 상반된 곳에서 제주 여행을 마무짓고 싶었기에 선택한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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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새벽에 천둥까지 치며 세차게 몰아치는 장대비가 박공지붕을 후드득 소리 내며 때려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곳에서 밤을 지내는 실감이 났다.
비 없는 밤은 어둠이 무겁게 드리우고 풀벌레 소리랑 코 끝에 감지되는 흙 내음으로 숙면을 취하기에 딱 좋았다.
이른 아침 공기의 선선함을 데크에서 맞으며 물비린내와 지열로 피어나는 옅은 물안개로 인해 몽환적인 여명을 즐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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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에 비해 훨씬 좁았기에 처음 짐을 풀면서는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묘하게도 공간에 적응하고 나니 점점 더 안온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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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없는 높은 높이의 거실 천정에서 돌아가는 쿨링팬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기에 충분했다.

팬을 돌리지 않아도 높은 천정 덕에 자연 대류로도 잘 순환하는 내부 공기 덕분에 30도를 훌쩍 넘었던 바깥나들이에서 돌아온 숙소는 늘 우리를 쾌적하게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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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주변에 있는 구부러지고 울창한 고목 두 그루가 담 없는 집을 품으며 통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마감하고 있었다.

나무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새와 풀벌레가 지척에서 지저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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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집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참 절실해지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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