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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Mar 28. 2018

르 코르뷔지에의작은 오두막집카바 농과제주집

땅에집 짓고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며..



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는 말년을 4평 남짓한 작은 별장 카바농에서 보냈다.

그가 바다 수영 중 별세한 장소도 그곳 지중해변의 작디작은 카바농에서다. 

카바농은 불어로 작은 오두막을 뜻하는 말이다.


cabanon [kabanɔ̃] 
1. [옛] (정신병자의) 감금실, (죄수의) 독방 2. [지방어:프로방스] 작은 별장
3. (도구·연장을 넣어 두는 작은) 오두막, 사냥용 오두막 


ㅏㄶ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며 기념비적인 건물과 주택을 남겼던 그가, 인생의 마지막 보금자리로 선택한 집이 작고 좁은 카바 농이라는 사실은 감동을 준다.


얼마 전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카바농보다는 훨씬 크지만 그리 넓다고는 하지 못할 시골 마을 밭 한편의 감귤창고를 닮은 집에서 며칠을 지내다 왔다. 
여행 초반에 묵었던 고급 리조트 호텔과는 상반된 곳에서 제주 여행을 마무짓고 싶었기에 선택한 숙소였다. 


마침 새벽에 천둥까지 치며 세차게 몰아치는 장대비가 박공지붕을 후드득 소리 내며 때려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곳에서 밤을 지내는 실감이 났다. 
비 없는 밤은 어둠이 무겁게 드리우고 풀벌레 소리랑 코 끝에 감지되는 흙 내음으로 숙면을 취하기에 딱 좋았다.
이른 아침 공기의 선선함을 데크에서 맞으며 물비린내와 지열로 피어나는 옅은 물안개로 인해 몽환적인 여명을 즐기기도 했다. 


서울 집에 비해 훨씬 좁았기에 처음 짐을 풀면서는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묘하게도 공간에 적응하고 나니 점점 더 안온한 느낌이 들었다.  


아파트에 없는 높은 높이의 거실 천정에서 돌아가는 쿨링팬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기에 충분했다.  

팬을 돌리지 않아도 높은 천정 덕에 자연 대류로도 잘 순환하는 내부 공기 덕분에 30도를 훌쩍 넘었던 바깥나들이에서 돌아온 숙소는 늘 우리를 쾌적하게 맞이했다. 


데크 주변에 있는 구부러지고 울창한 고목 두 그루가 담 없는 집을 품으며 통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마감하고 있었다. 

나무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새와 풀벌레가 지척에서 지저귄다. 


땅에 집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참 절실해지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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