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또 일본인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읽어볼 만한책
일본이 미국의 압박으로 개국을 선택한 뒤 메이지 유신을 통해 폭넓게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게 된 19세기 중엽.
그로부터 150여 년이 흐르는 동안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무려 22개나 받게 되는 일본의 과학사를 다룬 책.
일본인이 저자이지만 나름 균형감을 유지하며 서술한 책이다. 그들의 731부대가 전쟁 포로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한 제약기술 등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일례이다.
731부대에 가담했던 과학자가 종전 후 강단에서 그때의 경험, 즉 치료가 아니라 죽어가는 환자를 관찰한 지식을 전했던 것에 대한 비판은 일본 과학의 오늘날의 근간을 이룬 과거 치부에 대한 자기 고백인 듯.
전쟁을 거치며 발전한 군수산업과 그에 부속하는 다양한 과학자들의 참여가 일본의 현재 국가 위상의 자양분이 되었음이 여실하다.
하지만 세계 과학계에 인재를 보내 교류가 이어져 온 근세 150년의 역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이 책은 과학 분야의 노벨상 22개가 말해주는 기초부터 응용과학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일본 과학자들의 헌신과 그에 얽힌 서사적인 스토리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의 국가관과 역사의식에 대한 불편함을 떨칠 수 없음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일본을 또 일본인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