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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Sep 13. 2022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서거에 대한 단상

우리나라에 군주제가 여전히 있다는 상상을 해 본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재위 기간 70년에 96 세의 나이로 서거했습니다.

문득 조선의 몰락과 일제의 침탈로 막을 내린 우리의 왕들에 대해 생각이 머뭅니다.  

우리 근대사에 몰아닥친 역사의 격랑을 비켜갔더라면, 우리도 어쩌면 지금까지 상징적이나마 군주제가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정치 상황을 보면, 그런 무게중심이 하나 더 있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었겠다는 ‘헛된’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먼 나라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영국에서 여왕의 시대가 저무는 역사의 순간에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70년을 재위하던 영국의 여왕은 그 존재로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할 정도였기에, 서거 소식은 모든 인간에게 닥치는 죽음에 대한 망각을 새삼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영국의 군주제에 대해서는 책 속에서 활자로만 대하며 큰 감흥이 없다가, 최근 넷플릭스의 드라마 ‘더 크라운’을 보며 좀 더 세세히 이해하게 됐었습니다.

세습되는 신분이 무색해진 자본주의 만능의 시대인 21세기에, 여전히 군주제가 유지된다는 아이러니는 흥미로운 드라마 소재로 충분합니다.  특히 영국에서 독립한 건국의 뿌리를 가진 미국에서는 막연한 동경과 관심을 바탕으로 영국 왕실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계속되어 왔었습니다.


‘더 크라운’은 엘리자베스 2세가 왕위에 오르기 직전의 상황으로 시작해서 시리즈를 거듭하며 현재에 이르는 그녀의 재위 기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공개된 최근작에 찰스 황태자의 비 다이애나가 등장하고 있어서, 이제 몇 번의 시리즈가 거듭되고 나면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의 끝을 맞을 듯합니다.


이웃 일본과 더불어 세계 몇몇 나라에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군주제는 크고 작은 왕실의 스캔들을 소재로 희화화되기도 하고 예전보다 그 권위가 확실히 쇠락해가는 듯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영국인들에 의해 굳건하게 근간이 유지되며 오랜 관성처럼 앞으로도 군주제의 전통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평생 황태자로 살아왔던 찰스 3세가 74세인 노년의 나이로 즉위하며 여왕의 뒤를 잇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랑을 쫓아 왕위를 버린 큰아버지로 인해, 아버지 조지 6세에 이어 25세부터 이어받은 왕위의 무거운 무게를 품위를 잊지 않으며 평생 수행해왔던 군주 엘리자베스 2세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합니다.  


May the Queen rest in peace!



#찰스3세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 #군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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